황희찬(울버햄프턴)이 새 시즌 첫걸음을 잘 내디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수비진을 흔들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신임 감독에게도 충분한 인상을 남길 만한 활약이었다.
황희찬은 1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의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원정 경기에 교체로 출전했다. 길지 않은 시간에도 황희찬은 네 차례나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공격 포인트와 인연이 닿진 않았지만 투입 직후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황희찬은 0의 균형이 팽팽하게 이어지던 후반 18분 파블로 사라비아 대신 교체로 나섰다. 게리 오닐 신임 감독이 꺼내든 첫 승부수였다. 투입 직후부터 울버햄프턴 공격진의 중심에 섰다. 투입 4분 만에 포문을 열었다. 페널티 박스 모서리 부근에서 가운데로 파고들다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중거리 슈팅까지 연결했다.
이후에도 황희찬은 빠른 스피드와 침투로 맨유 수비진의 허를 찔렀다. 후반 35분엔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가슴 트래핑으로 받은 뒤 슈팅까지 시도했다. 정규시간 막바지엔 수비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들면서 맨유 수비를 완전히 흔들었다. 측면 돌파에 이은 땅볼 크로스까지 이어졌으나 동료의 슈팅이 상대 수비 육탄방어에 막혔다.
결정적인 장면은 후반 추가시간에 나왔다. 페널티 박스 왼쪽을 파고들던 황희찬은 순간적인 페인팅 이후 과감하게 왼발 슈팅까지 시도했다. 골문으로 향하던 슈팅은 그러나 상대 태클에 걸린 뒤 굴절돼 옆그물에 맞았다. 추가시간 막판 마지막 헤더도 골대를 외면했다. 결국 황희찬의 골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팀도 0-1로 져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이날 울버햄프턴은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 원정 경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슈팅 수에서 23-15로 오히려 앞서는 등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전반 5개에 불과했던 슈팅은 황희찬이 이른 시간 교체로 투입된 후반에만 무려 18개를 쏟아냈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쇼 등 골 결정력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경기력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황희찬이 큰 힘을 보탰다. 이날 황희찬의 히트맵은 대부분 페널티 박스 안쪽에 포진했다. 상대 수비진을 그만큼 잘 공략했다는 의미다. 4개의 슈팅뿐만 아니라 드리블(2회 성공) 크로스·롱패스(이상 1회 성공)는 100% 성공률을 보였다. 지상볼 경합 상황에서도 다섯 차례 중 무려 네 차례를 이겨냈다. 교체 출전에도 분명 의미 있는 지표들을 남긴 것이다.
입지 변화에 대한 우려도 털어냈다. 울버햄프턴은 새 시즌 개막 직전 훌렌 로페테기(스페인) 감독이 팀을 떠났다. 황희찬을 중용했던 감독이었던 터라 입지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했다. 실제 이날 선발에서도 빠지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황희찬은 그라운드에서 직접 존재감을 보여줬다. 새 사령탑에게도 눈도장을 찍으면서 주전 경쟁에 청신호를 켰다.
영국 매체 90MIN은 이날 황희찬에게 평점 7점을 줬다. 버밍엄메일은 “누네스가 중앙으로 이동한 뒤 왼쪽으로 넓게 파고들었다. 야심 찬 슈팅이 아쉽게 빗나갔다”며 6.5점의 평점을 매겼다. 소파스코어 평점 은 7.2점이었다. 팀이 0-1로 패배한 데다 교체로 투입된 공격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인상적인 평점이었다. 새 시즌 출발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