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앞두고 “나흘간 충분히 많은 걸 바꿀 수 있었다”던 김진규 FC서울 감독대행의 자신감은 이유가 있었다. 안익수 감독이 물러나고 김진규 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치른 첫 경기, 서울은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선두 울산 현대의 발목을 잡아냈다. 승리까진 이어지지 못했지만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극적으로 무승부를 일궈냈다. 귀중한 승점 1점뿐만 아니라 반등을 위한 희망까지 안겼다. 서울 구단과 팬들에겐 특히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결과였다.
김진규 감독대행이 이끈 서울은 27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8라운드 홈경기에서 울산과 2-2로 비겼다. 지난달 12일 수원FC전 7-2 대승 이후 무승(4무 2패)은 이어졌지만, 상대가 울산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무승부였다.
그 중심에 김 대행이 “독기가 바짝 올랐다”고 표현한 일류첸코의 한방, 그리고 조커로 나서 극장골을 터뜨린 윌리안이 있었다. 일류첸코는 이번 시즌 부진한 경기력에 출전 시간마저 들쭉날쭉하면서 부진이 내내 이어졌다. 최근 6경기에선 3경기 교체 출전, 이 가운데 2경기에선 아예 엔트리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연습경기 등 훈련장에서 김 대행의 마음을 사로잡아 7경기 만에 선발 기회를 잡았다. 김 대행은 “연습 때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독기가 올라왔다. 큰일을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는데, 실제 이날 울산 골망을 세차게 흔들며 김 대행 체제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비단 골뿐만 아니라 일류첸코는 최전방에서 태클이나 골키퍼와 경합을 불사하는 투지까지 보여줘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엔 윌리안의 독기가 팀에 승점 1점을 안겼다. 윌리안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가운데로 파고들다 강력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화려한 드리블 돌파로 울산 수비진을 무너뜨렸고, 서울 팬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골을 넣은 뒤 유니폼 상의를 벗어던지며 포효했다. 결국 서울은 극적으로 승점 1점을 따냈다. 같은 무승부 결과였지만 두 팀엔 그 의미가 달랐다.
이날 무승부로 서울은 승점 40(10승 10무 8패)으로 5위 자리를 유지했다. 무승 기록은 다만 6경기 연속으로 이어졌다. 울산은 승점 61(19승 4무 5패)로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50)와 격차를 11점으로 벌렸다.
이날 서울은 일류첸코를 필두로 임상협과 김신진, 팔로세비치, 김진야가 2선에 포진하는 4-1-4-1 전형을 가동했다.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이태석과 김주성, 오스마르, 박수일은 수비라인을, 최철원을 골문을 각각 지켰다. 나상호와 지동원, 윌리안, 한승규 등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울산은 주민규가 최전방에 나서고 바코와 황재환, 루빅손이 2선에 포진하는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이동경과 김민혁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명재와 김영권, 정승현, 설영우는 수비라인에 섰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마틴 아담과 아타루, 이청용, 이규성 등은 교체 출전을 준비했다.
서울은 물론 울산도 4000명이 넘는 원정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경기 전부터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졌다. 초반 주도권은 홈팀 서울이 잡았다. 강력한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로 울산 수비의 빈틈을 찾았다. 전반 7분 김신진의 헤더는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아쉬움을 삼킨 서울이 곧바로 선제골을 넣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박수일의 크로스를 울산 수비가 걷어냈고, 흐른 공을 기성용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슈팅은 수비에 맞고 굴절돼 문전으로 흘렀고, 일류첸코가 페널티킥 지점에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울산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전반 9분이었다.
리드를 잡은 서울은 안정에 무게를 두며 강력한 압박으로 울산 공격을 끊어냈다. 그리고 곧바로 빠르게 역습을 전개해갔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전진 배치된 김진야 등이 빠른 스피드로 힘을 냈다. 전반 15분엔 추가골 기회도 잡았다. 김신진의 침투 패스를 받은 일류첸코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조현우 골키퍼 앞에서 균형을 놓치고 넘어졌지만, 이후에도 끝까지 공 소유권을 지켜낸 뒤 뒤로 흘려보냈다. 김진야가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옆그물에 맞았다.
이후에도 분위기는 완전히 서울이 잡았다. 거친 몸싸움도 불사하며 울산 선수들과 맞서며 서울 팬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공을 차단해낸 뒤에는 지체 없이 빠른 역습으로 전개해 울산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울산이 점유율을 높이며 주도권을 쥐었고, 서울이 압박과 역습으로 맞서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울산도 기회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전반 33분과 35분 잇따라 이동경의 왼발 슈팅이 이어졌다. 그러나 골키퍼 선방에 막히거나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이에 질세라 서울도 전반 43분 추가골 기회를 잡았다. 김신진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임상협이 노마크 헤더로 연결했지만,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전반은 서울이 1-0으로 앞선 채 마쳤다. 서울 서포터스석에선 달라진 서울을 응원하는 뜨거운 응원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반 시작과 함께 김진규 대행이 승부수를 던졌다. 이날 골을 넣은 일류첸코를 비롯해 김진야, 임상협을 빼고 나상호와 윌리안, 한승규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울산이 후반 초반 코너킥 등을 활용해 동점골을 위한 공세를 이어갔다. 다만 최철원이 버틴 서울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공방전이 이어졌다. 서울도 기성용의 코너킥을 교체 투입된 나상호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외면했다. 한승규가 오른발로 찬 강력한 슈팅도 조현우의 펀칭에 막혔다. 울산도 이동경의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슈팅은 최철원 골키퍼 품에 안겼다.
홍명보 감독도 동점골을 위한 변화를 줬다. 전반 13분 황재환 대신 교체 투입됐던 이청용과 루빅손이 빠지고 마틴 아담과 이규성이 투입됐다. 주민규와 마틴 아담을 최전방 투톱으로 활용하며 동점골을 위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후반 19분 균형을 맞췄다. 바코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찬 슈팅을 최철원 골키퍼가 쳐냈지만, 쇄도하던 주민규가 마무리했다. 주민규의 오프사이드 판정 여부가 VAR을 통해 확인됐지만 그대로 득점으로 인정됐다.
기세가 오른 울산이 4분 만에 승부를 뒤집었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차단한 뒤 곧장 역습을 전개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설영우의 땅볼 크로스를 주민규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서울 골망을 또 흔들었다. 서울이 빠르게 리드를 잡았던 경기는 순식간에 원정팀 울산의 리드로 바뀌었다.
궁지에 몰린 서울의 총공세가 이어졌다. 점유율을 다시 되찾으며 울산의 빈틈을 찾았다. 후반 33분엔 기성용을 빼고 지동원을 투입하며 골을 넣기 위해 전방에 더욱 무게를 뒀다. 그러나 서울의 공격은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강력한 압박으로 공을 차단한 뒤 슈팅까지 연결하고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울산은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 승기를 굳혀나가기 시작했다. 김영권과 정승현이 중심이 된 수비라인은 물론 조현우가 버티고 선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동점골을 위한 서울의 집중력은 추가시간 5분에 기어코 결실을 맺었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가운데로 파고들던 윌리안의 슈팅이 그대로 울산 골망을 흔들었다. 결국 경기는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서울 입장에선 여러 모로 값진 무승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