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음악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 클수록 그 슬럼프는 더 깊게 찾아온다. 그런 슬럼프를 남매듀오 악뮤의 이수현, 가수 박재정, 래퍼 사이먼도미닉(이하 쌈디)은 음악으로 정면 돌파했다.
이수현은 악뮤로서 지난 21일 네 번째 싱글 ‘러브 리’를 발매했다. 그간 자신을 둘러싼 슬럼프를 떨쳐내기 위한 첫발이었다.
이수현은 약 2년 전부터 음악에 대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고 고백했던 터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힘들다고 털어놨지만 이수현은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라지고 있었다. 그의 친오빠이자 악뮤 멤버인 이찬혁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이찬혁은 “수현이가 음악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내가 어렵게 밀고 나갔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수현이의 슬럼프에는 내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수현의 마음을 헤아렸다.
이찬혁은 동생의 음악적 슬럼프 극복을 위해 자신의 도전적 욕심을 내려놓은 것이다. 음악 슬럼프는 음악으로 극복해야한다는 그의 말처럼 더 좋은 팀 음악을 위해 부단히 고심, 2년 만에 팀 컴백을 결정할 수 있었다.
가수들에게 슬럼프는 감정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 은퇴까지 고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가요관계자는 “가수로서 다른 것에 도전하고 시도할 때 시간과 노력이 굉장히 많이 든다.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물이 대중으로부터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게 되면 실망감이 크게 다가오고 결국 슬럼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악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특유의 발랄하고 상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컴백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 이전과 사뭇 다른 느낌을 풍겼다. 이수현만의 깜찍하고 발랄한 모습을 온전히 100% 내뿜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만큼 음악적 슬럼프는 아티스트의 방향성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하는 양면적인 존재다. 슬럼프가 더 안좋은 방향으로 흐를수도 있지만 전화위복의 기점이 돼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이먼도미닉(왼), 박재정. (사진 = IS포토, 로맨틱팩토리 제공) 슬럼프를 반등의 기회로 삼은 두 아티스트가 있다. 가수 박재정과 쌈디다. 박재정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5’ 우승자다. 그러나 그는 비교적 크게 주목받지 못하며 가수로서 불안한 행보를 걸었다. 무려 8년 동안 그의 음악은 침묵했고 대중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부단히 노력했고 2021년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탄생한 MSG워너비 멤버로 발탁, 다시금 자신의 음악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의 노력과 절실함이 통했던 걸까. 그는 2년 뒤인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해 발표한 첫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 ‘헤어지자 말해요’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헤어지자 말해요’는 박재정이 작사, 작곡에 모두 참여한 곡으로 그의 슬럼프 탈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쌈디는 국내 대표 힙합 레이블 AOMG의 대표로 활동 당시 자작곡에 대한 슬럼프를 크게 겪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공동대표였던 박재범과 비교당하기 일쑤였고 결국 대표 자리에서 사임하며 부담을 내려놓으려 애썼다. 이후 그는 정규 앨범 ‘다크룸’을 발표했고 팬들로부터 큰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당시 쌈디는 음악과 더불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좀 더 여유로워진 자세로 가수 활동을 이어나갔다.
최영균 대중문화 평론가는 “작품의 성과가 슬럼프 극복의 열쇠가 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더 좋은 결과물, 성과를 목표로 작업에 몰두를 하면서 슬럼프에 더 깊이 빠져드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며 “고민하고 좌절하기 보다 여유를 갖고 한 템포 쉬어가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슬럼프도 성장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