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무사 1루 박동원의 3루 땅볼 때 포구를 하던 1루수 이원석이 타자주자 박동원과 충돌하자 염경엽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8.03/
염경엽(55) LG 트윈스 감독은 '아픈 과거'가 하나 있다.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인 2019년 '역대급 뒤집기'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당시 SK는 후반기 한때 두산 베어스에 승차 8~9경기로 앞서며 독주를 이어갔지만, 시즌 막판 덜미가 잡혔다. KBO리그 역사상 80승에 선착한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하지 못한 첫 사례였다.
지난해 11월 LG 사령탑에 오른 염경엽 감독은 부임 첫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6월 27일 리그 선두로 올라선 LG는 이후 단 하루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13일에는 5연승을 질주, 2위 SSG 랜더스와의 승차를 6경기까지 벌렸다. 1994년 이후 멈춘 LG의 '우승 시계'를 돌릴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5연승 직후 상승세가 꺾였다. 지난 주말에는 NC 다이노스 원정 3연전을 싹쓸이당해 2위 KT 위즈와 승차가 4.5경기로 좁혀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KT에 따라 잡히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잇따라 나온다. 그 중심에는 염경엽 감독이 4년 전 경험한 '역대급 뒤집기'의 악몽이 있다.
2023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7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14대 0으로 승리, 1위를 탈환한 LG 염경엽 감독이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6.27/
누구보다 이 사실을 염경엽 감독이 잘 안다. 현장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온다. 염 감독은 최근 "우리는 밑도 위도 보지 않고 시즌 개막전부터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1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남은 경기도 똑같다. (어느 팀이 따라붙었나) 누굴 찾아보는 게 아니라 우리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는 여전히 '우승 후보'다. 부침을 보인 8월 월간 승률도 28일 기준 6할(12승 8패)로 준수하다. 월간 22경기에서 18승(4패)을 쓸어 담은 KT의 페이스(승률 0.818)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승차가 좁혀진 셈이다. 투·타에서 부상자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버티는 힘은 여전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승차가 4.5경기 차이가 사실 적은 게 아니다. 2019년 뒤집기를 당한 경험 때문에 이걸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정규시즌이 끝날 때까지 자의든 타이든 '뒤집기 악몽'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2019년의 기억은 '보이지 않는 적'에 가깝다.
2023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염경엽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5.17.
LG는 이번 주(8월 28일~9월 3일) 일정이 중요하다. 두산 베어스·한화 이글스와 홈 6연전을 치른 뒤 다음 주 주중 KT 원정 3연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KT와 맞대결을 하기 전 승차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홈 6연전 결과에 따라 '위기론'이 더욱 부각할 수 있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할 기로다.
염경엽 감독은 "올해 뭔가 성과를 내야지만 이 성과로 인해서 (선수들이) 또 한 단계 성장하고 연속성이 생긴다. 올해 하지 못하면 내년에 또 흔들릴 거"라면서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잘해야 하는 게 나와 구단, 선수들의 생각이다. 이런 게 다 합쳐져 있기 때문에 잘할 거라고 믿는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