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잉글랜드 리그컵 2라운드에서 조기 탈락했다. 풀럼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손흥민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뒤 후반 막판 교체로 투입됐지만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우승 가능성이 가장 컸던 대회라 이번 시즌도 벌써부터 ‘무관’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
토트넘은 30일(한국시간) 여국 런던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23~24 리그컵(카라바오컵)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풀럼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졌다. 토트넘이 리그컵 2라운드에서 탈락한 건 2005~06시즌 이후 18년 만이다.
리그컵은 토트넘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이 참가하는 대회 가운데 비중이 가장 낮은 대회다. 우승 타이틀을 획득할 기회는 그만큼 가장 컸다. 토트넘도 지난 2014~15시즌과 2020~21시즌 결승까지 올랐던 대회이기도 하다. 다만 조기에 탈락하면서 무관 탈출 가능성도 그만큼 줄었다. 토트넘의 남은 대회는 EPL과 FA컵이다.
과감한 로테이션 속 손흥민은 후반 26분에나 교체로 투입돼 19분을 뛰었다. 슈팅 시간은 없었고, 볼 터치도 단 12차례에 그쳤다. 키패스 1개, 패스 성공률 89%(8회 성공) 등을 기록했고, 승부차기에선 1번 키커로 나서 성공시켰지만 홀로 팀 패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즌 첫 패배를 당한 토트넘은 내달 2일 오후 11시 영국 번리 터프 무어에서 열리는 EPL 4라운드에서 번리와 격돌한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잔뜩 힘을 뺐다. 히샬리송을 필두로 이반 페리시치와 지오바니 로 셀소, 마노르 솔로몬이 2선에 포진했고,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이 제기된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올리버 스킵이 중원에 포진했다. 벤 데이비스와 미키 판더펜, 다빈손 산체스, 에메르송 로얄, 프레이저 포스터가 골문을 각각 지켰다. 손흥민을 비롯해 데얀 쿨루셉스키, 제임스 매디슨 등은 모두 벤치에서 출발했다.
경기 초반부터 토트넘이 수세에 몰렸다. 전반 6분 안토니 로빈손의 측면 크로스가 호드리구 무니스의 헤더로 연결됐지만 옆 그물에 맞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에도 토트넘은 쉽게 기회를 잡지 못했다. 상대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는 등 좀처럼 실마리를 풀어가지 못했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내준 여파는 결국 전반 19분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 전반 19분 톰 케어니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뒤 가운데로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이적생 수비수 판더펜이 이를 걷어내려다 발에 맞고 굴절돼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섰다. 공을 걷어내려던 페리시치의 마지막 노력마저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분위기는 풀럼의 몫이었다. 전반 24분 해리슨 리드의 슈팅을 시작으로 무니스의 연이은 슈팅이 나왔다. 특히 무니스의 슈팅은 포스터 골키퍼가 발을 활용해 가까스로 막아내 추가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토트넘의 첫 슈팅은 전반 37분에야 나왔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히샬리송이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벽에 막혔다. 이반 페리시치의 오른발 프리킥도 마찬가지였다. 토트넘은 되려 전반 45분 무니스의 헤더로 추가골로 노렸으나 포스터가 또한번 팀을 구해냈다. 토트넘은 전반 슈팅이 단 2개에 그친 채 전반을 마쳤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하프타임 로 셀소를 빼고 2004년생 공격수 데인 스칼렛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후반 7분 토트넘이 기회를 잡았다. 히샬리송이 데이비스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다만 골키퍼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호이비에르의 오른발 슈팅마저 골대를 외면했다.
그래도 토트넘은 후반 초반 한껏 오르던 기세 속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11분 측면에서 올라온 페리시치의 크로스를 히샬리송이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 주전 공격진 가운데 이날 유일하게 선발로 나설 만큼 흐름이 좋지 않았던 히샬리송은 가까스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균형이 맞춰진 뒤 치열한 공방전이 시작됐다. 풀럼은 케니 테테와 바비 데코르도바리드, 무니스, 해리 윌슨 등의 연이은 슈팅으로 토트넘 골문을 위협했다. 토트넘은 상대 슈팅이 연거푸 이어지는 동안 이렇다할 반격에 나서지 못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결국 후반 26분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페리시치와 히샬리송, 스킵을 빼고 손흥민과 쿨루셉스키, 파페 마타르 사르를 투입했다. 주전급 자원들을 3명이나 출격시켰다.
그제야 조금씩 숨통이 트였다. 20분 넘게 나오지 않던 토트넘의 슈팅은 후반 35분에야 솔로몬의 오른발 슈팅으로 그 흐름을 깼다. 슈팅은 그러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후에도 에메르송, 스칼렛 등의 슈팅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공격의 핵심인 매디슨마저 교체로 나섰다. 후반 추가시간에만 3개의 슈팅을 퍼부었다. 다만 끝내 역전에 성공하진 못했다.
정규시간을 1-1로 마친 양 팀은 결국 승부차기를 통해 우승팀을 가렸다. 선축은 풀럼이었고, 토트넘의 1번 키커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상대 첫 키커 안드레아스 페레이라의 성공으로 부담을 안은 상황에서도 오른쪽으로 깔아 차 골망을 흔들었다.
두 팀의 균형은 3번 키커에서 갈렸다. 윌슨의 성공을 풀럼이 3-2로 앞선 가운데 토트넘의 3번째 키커 다빈손 산체스가 실축했다. 오른쪽으로 찬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승기를 잡은 풀럼은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4, 5번 키커가 잇따라 성공시키며 승부차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두 팀의 희비도 엇갈렸다.
이날 토트넘은 60%의 볼 점유율만 높았을 뿐 슈팅 수에선 오히려 10-14로 밀렸다. 슈팅 10개 중 단 3개만 유효슈팅으로 연결됐다. 결정적인 득점 찬스 자체가 단 1개에 불과했고, 특히 공중볼 경합에서 5-17로 크게 밀린 데다 인터셉트에서도 7-21로 격차가 컸다.
손흥민은 출전 시간이 짧았던 데다 볼 터치 횟수도 많지 않아 현지 평점은 높지 않았다. 풋볼런던은 “후반 막판 교체로 투입돼 두 차례 공격을 만들었다. 승부차기를 성공시켰다”며 평점 5점을 줬고, 이브닝 스탠다드는 “박스 안 수비수와의 일대일 경합 상황에서 머뭇거리다 결국 기회를 놓쳤다”며 같은 평점을 줬다. 승부차기를 실축한 산체스에게 두 매체 모두 최저 평점(4점)을 매겼다. 기록을 기반으로 한 손흥민의 평점은 소파스코어 7점, 폿몹 6.4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