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의 경영 공백으로 암흑기나 다름없었던 KT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며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운전대를 잡은 김영섭 KT 신임 대표는 LG '재무통' 출신답게 내실을 강조하면서 '고객'을 최우선 키워드로 제시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30일 경기도 성남 KT 분당 사옥에서 사내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취임식에서 "경영 공백이 길었음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온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지난 4주 동안 KT와 주요 그룹사의 경영진이 만나며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영섭 대표 스스로도 지난 4일 최후의 후보 1인에 낙점된 이후 별 탈 없이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리라 예견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KT 최대 주주이자 정부·여당의 메시지 전달자 역할을 해왔던 국민연금도 5일 전 '찬성' 입장을 밝히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두 차례의 대표 선임 과정에서 반대표를 던지며 맞섰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날 KT는 서울 서초 KT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이사 선임·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경영 계약서 승인 4개 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김영섭 대표는 정통 LG맨으로 LG상사와 LG CNS, LG유플러스 등을 거친 경영 전문가다. LG유플러스에서는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하기도 했다.
김영섭 대표는 처음 임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고객·역량·실질·화합을 4대 핵심 과제로 꼽았다.
가장 먼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업 모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영섭 대표는 "고객의 니즈와 페인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서 차별화한 역량을 찾아내고, ICT 경쟁력 제고와 함께 본업인 통신 사업도 단단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가속 중인 탈통신 기반 미래 먹거리 활동이 성과를 내려면 그에 맞는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영섭 대표는 "특히 통신 네트워크 안정 운용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혁신 성장 전략인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를 추구함에 있어서도 ICT 본질적인 역량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뛰어난 역량이 있다면 핵심 인재로 우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회사는 겉으로 보이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각 사업을 꼼꼼하게 살피며 엄격하게 운영한다.
김영섭 대표는 "숫자를 만들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기보다는 사업의 본질을 단단히 하고 미래 성장의 에너지를 쌓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 모두가 웃고 일할 수 있는 화합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리더가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영섭 대표는 "화합은 동료로서 상호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며 "리더가 단기적인 외형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경영진과 현안을 주고받은 김영섭 대표는 우선 노동조합과 만나 인사할 예정이다. 이어 과천 네트워크 관제 센터를 찾아 인프라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