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서는 일본 축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유럽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거나 일본 J리그 득점 1위 선수 등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그러나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질문에 직접 답해 논란을 잠재웠다.
모리야스 감독은 지난달 31일 일본 지바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 A매치 평가전 명단을 직접 발표했다. 9월 A매치를 앞둔 각오부터 특정 선수들의 선발 또는 배경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직접 답했다. 기자회견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다. 일본은 10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독일과, 12일 오후 9시 20분 벨기에 헹크에서 튀르키예와 각각 친선경기를 치른다.
명단 발표 직후 가장 논란이 된 건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와 오사코 유야(비셀 고베)의 제외였다. 미나미노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사코 역시 지난해 2월 이후 대표팀과 인연이 닿지 않고 있다. 다만 미나미노는 AS모나코 소속으로 개막 3경기에서 3골·2도움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오사코 역시 19골로 일본 J리그 득점 선두다. 이들이 다시 대표팀에 재발탁될 것인지 여부는 명단 발표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쏠렸다.
모리야스 감독은 그러나 미나미노와 오사코 모두 명단에서 제외했다. 자칫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취재진의 관련 질문으로 이어진 건 당연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들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는 건 명단 구성 단계에서도 확인했다. 이들을 포함해 선수들을 계속 관찰하고 있고, 선수 저마다의 컨디션도 파악하고 있다. 대표팀 명단 발탁 판단 기준은 한 가지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활동과 이번 활동, 그리고 향후 월드컵 2차 예선, 아시안컵 등 미래를 향한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답했다.
현지 매체들도 모리야스 감독의 멘트를 인용해 전하며 미나미노와 오사코의 제외는 당장 9월 A매치뿐만 아니라 11월 월드컵 예선, 내년 아시안컵까지 염두에 두고 이번 대표팀 명단을 구성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팬들 역시 기자회견 생중계를 통해 모리야스 감독의 이같은 설명을 고스란히 들었다. 적어도 어떤 생각으로 이들을 제외했는지에 대해 감독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소속팀에서 부상 소식이 전해졌는데도 대표팀에 선발한 올린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에 대해서도 모리야스 감독이 직접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구보의 소속팀 메디컬 스태프들과 직접 연락을 취했고, 대표팀 경기 출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물론 구보도 사람이기 때문에, 주말 경기나 대표팀 소집 전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표팀 명단을 통해 아예 새롭게 선발한 선수도 있다. 측면 수비수 마이쿠마 세이야(세레소 오사카)다. 1997년생인 마이쿠마는 V-바렌 나가사키(2부)를 거쳐 지난해 세레소 오사카에 합류한 뒤 두 시즌 연속 주전으로 활약 중인 라이트백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일본 대표팀 전력의 폭도 넓히기 위해 소속팀에서 활약도 좋고,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마이쿠마를 새롭게 선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연령별 대표팀 경험조차 없는 선수지만, 오롯이 J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대표팀 승선 기회를 줬다. 자연스레 일본 대표팀 풀백 풀도 더 늘었다.
이처럼 모리야스 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들의 발탁·제외 배경 등을 직접 설명한 덕분에 일본 팬들과 언론들은 이번 대표팀 명단에 대한 의문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번 대표팀 명단을 구성했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능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아주 좋은 상대, 강한 상대(독일·튀르키예)들과 경기를 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어려운 원정 경기를 통해 팀의 수준을 높이고, 월드컵 2차 예선과 아시안컵을 위해 팀 전술을 공유하고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까지 밝혔다.
반면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9월 축구 대표팀 명단을 보도자료로만 배포해 논란이 일었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이 기자회견 없이 보도자료 배포를 통한 명단 발표를 제안했고, KFA가 이를 받아들여 최종 결정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하더라도 대표팀 소집은 일주일 뒤에 이뤄지는 만큼, 그 사이 부상 등 대표팀 명단 변화 가능성을 우려해 소집 첫날 인터뷰로 갈음하기를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클린스만 가뜩이나 재택·외유 논란이 뜨거웠던 시기였다는 점이다. 한국에 거주하며 K리그 선수 관찰 등 성실하게 사령탑 역할을 다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미국·유럽 등 해외에 더 오래 머무르고 있던 시기에 기자회견 생략마저 제안한 것이다. 더구나 이번 대표팀 명단 발표 시점은 클린스만 감독이 미국 자택에 계속 머무르며 유럽축구에 대한 인터뷰 등에 여념이 없던 시기였다.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곧바로 유럽으로 향해 유럽축구연맹(UEFA) 회의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 행사 등에 참석했다. 재택·외유 논란을 넘어 불통·근무태만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KFA는 클린스만 감독의 코멘트를 덧붙여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당연히 최근 소속팀에서 출전하지 못하고 있거나 직접 본 적이 없는 선수를 왜, 어떠한 배경으로 선발했는지 등 불편할 만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별도 설명조차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관련 멘트를 하는 영상이 공개된 게 아니라 사실 코멘트에 대한 진위조차 확인할 길이 없고, KFA가 보도자료를 직접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편집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 출범 네 경기째 승리가 없는 클린스만호는 오는 8일 오전 3시 45분 웨일스(원정), 13일 오전 1시 30분 사우디아라비아(중립·잉글랜드)와 평가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