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수비수 세르히오 레길론(26)이 토트넘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한 시즌 임대 이적했다. 지난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임대 이적이다. 지난 시즌과 달리 올시즌엔 친정팀과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자신의 우상으로 꼽았던 손흥민과도 ‘적’으로 만나게 됐다.
맨유 구단은 2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레길론의 임대 영입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2024년 6월까지 한 시즌 임대로 임대료나 완전 이적 옵션 모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맨유가 레길론의 주급만 대신 책임지는 형태다. 카폴로지에 따르면 레길론의 주급은 5만 3000파운드(약 9000만원)다. 맨유 이적 후엔 부상으로 이탈한 타이럴 말라시아, 루크 쇼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레길론의 맨유 임대 이적설은 앞서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 등을 통해 먼저 전해졌다. 선수들의 줄부상에 신음하고 있던 맨유는 다급하게 대체 자원을 물색했고, 여러 자원 가운데 레길론을 낙점했다. 토트넘도 왼쪽 풀백 자원이 데스티니 우도지, 벤 데이비스, 이반 페리시치 등 자원이 있어 레길론의 임대 이적을 허락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은 “레길론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이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다. 쇼와 말라시아가 장기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잘 대응했다”고 기대했다. 존 머터우 풋볼 디렉터도 “새 레프트백이 필요한 상황에서 많은 후보들을 검토했고, 빠르게 레길론을 낙점했다. 우리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능력들을 갖췄다. 곧장 선수단에 합류해 활약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레길론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구단을 통해 “빛나는 역사를 가진 위대한 클럽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할 수 없었다. 맨유가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준비가 됐다. 이미 싸울 준비도 끝났다. 모두에게 내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레길론은 레알 마드리드 유스팀 출신으로 지난 2018~19시즌 레알 마드리드 공식 데뷔전도 치러 리그 14경기에 출전했다. 이후 세비야로 임대 이적해 리그 31경기에 출전해 맹활약했고, 세비야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토트넘은 2020년 3000만 유로(약 428억원)를 들여 레길론을 영입했다. 다만 토트넘 이적 후엔 부침을 겪었다. 첫 시즌엔 EPL 27경기(선발 26경기)에 출전했지만, 그 다음 시즌엔 25경기(선발 22경기)로 출전 시간이 줄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전력 외’로 밀렸다. 점점 방출 대상에 이름을 올리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지난 시즌엔 AT 마드리드로 임대 이적해 스페인 무대로 복귀했다. 다만 AT 마드리드에서도 리그 11경기(선발 2경기) 출전에 그쳤다. 리그 개막부터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했다. 잠시 떠난 뒤에도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토트넘 입장에서도 중요한 자원으로 분류하기가 더 애매한 상황이 됐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프리시즌을 통해 레길론을 시험대에 올렸다. 4경기 중 2차례 선발 기회를 줬다. 다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마음을 얻진 못했다. EPL 개막 후 레프트백 선발 자리는 우도지가 꿰찼다. 우도지가 나가면 데이비스가 대신 그 자리를 메웠다. 공격수로 전진 배치되고 있는 페리시치도 레프트백으로 내려설 수 있다. 레길론은 개막 공식전 4경기째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다행히 맨유가 러브콜을 보내면서 레길론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이제 손흥민과는 적으로 만나게 됐다. 레길론은 토트넘 이적 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특별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프리미어리그에 우상이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손흥민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후에도 손흥민과 레길론은 경기장 안팎에서도 유독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그러나 이번 맨유 이적으로 이제는 적으로 만나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손흥민이 왼쪽에만 머무르지 않고 최전방이나 오른쪽 등 폭넓게 움직이는 만큼 맨유 레프트백이 된 레길론과도 자주 충돌할 수 있다. 변수가 있다면 맨유와 토트넘 간 계약에 포함된 임대 해지 가능 조항이다. 부상자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레길론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면 다시 토트넘으로 복귀해야 할 수도 있다. 맨유와 토트넘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은 내년 1월 14일 예정돼 있다. 지난 20일 열린 첫 맞대결에선 토트넘이 2-0으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