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팅엄 포레스트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던 황의조(31)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노리치 시티에 새 둥지를 틀었다. 노리치 시티는 주전 공격수 조슈아 서전트의 부상으로 공격진 긴급 수혈이 필요했고, 황의조를 최우선 영입 타깃으로 삼고 영입을 타진해 이적이 성사됐다. 자칫 노팅엄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던 황의조도 우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
노리치 시티는 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황의조의 임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적시장 마감일에 이뤄진 극적인 이적이다. 이로써 황의조는 내년 6월까지 노리치 시티 소속으로 챔피언십 무대를 누비게 됐다. 등번호는 31번이다. 노리치 시티는 4라운드까지 진행된 이번 시즌 3승 1무로 2위에 올라 있다. 4경기에서 무려 13골을 터뜨리며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팀이기도 하다.
핵심 공격수 서전트의 부상이 황의조의 노리치 시티 임대 이적으로 이어졌다. 미국 국가대표 출신의 공격수 서전트는 이번 최근 리그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노리치 시티의 최전방을 책임졌다. 그러나 최근 발목 인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수개월 간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 최전방 공격수 보강이 절실했던 노리치 시티는 곧바로 공격수 매물을 물색했고, 황의조를 최우선 영입 후보로 낙점했다. 구단 재정상 완전 영입은 무산됐고 대신 한 시즌 임대 조건으로 황의조를 품었다.
황의조 입장에서도 우선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모습이다. 만약 이적 없이 노팅엄에 잔류했다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극히 제한적인 출전 시간에 그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황의조는 노팅엄 포레스트 소속으로 EPL 3경기, 리그컵 1경기 모두 결장했다. 출전을 기대해 볼 만한 경기에서조차 벤치만을 지키면서 사실상 ‘전력 외’ 평가를 받았다.
이미 지난해 노팅엄 이적 후부터 험난한 여정이 이어졌다. 황의조는 지난해 여름 노팅엄과 계약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꿈을 품었으나, 곧바로 노팅엄과 구단주가 같은 올림피아코스(그리스)로 임대 이적했다. 올림피아코스에서도 제대로 출전하지 못한 그는 결국 FC서울 임대를 통해 잠시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서울에선 임대 계약 막바지 살아난 모습을 보인 뒤 노팅엄으로 복귀했다. 프리시즌 내내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잉글랜드 4부팀을 상대로 비공식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린 이후 침묵을 이어갔다.
결국 황의조는 EPL 개막전에선 아예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후 EPL 2경기·리그컵 1경기 모두 벤치에는 앉았으나 그라운드를 밟지는 못했다. 타이워 아워니이가 주전, 크리스 우드가 백업 역할로 완전히 굳어졌다. 하필이면 아워니이는 EPL 3경기 연속골, 장신 공격수 우드 역시 조커로 나서 골을 넣는 등 다른 공격수들의 활약이 좋았다.
특히 가장 최근 번리와의 리그컵 경기 결장은 황의조에겐 치명적이었다. 비중이 가장 낮은 대회인 만큼 노팅엄 역시 백업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그러나 황의조는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0의 균형이 이어지던 가운데 우드 대신 교체로 투입된 건 황의조가 아닌 주전 공격수 아워니이였다. 후반 45분 실점을 허용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황의조는 끝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면 탈락인 만큼 공격수를 추가로 투입해 어떻게든 균형을 맞춰야 했던 상황, 스티브 쿠퍼 감독은 마지막 남은 한 장의 교체 카드를 그대로 남겨두고 황의조를 쓰지 않았다.
설상가상 노팅엄 포레스트가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디보크 오리기를 한 시즌 임대 영입을 추진했다. 황의조의 설 자리는 더욱 줄었다. 만약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한 채 노팅엄에 잔류하면 이번 시즌 제대로 된 출전 기회를 얻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가장 비중이 적은 리그컵마저 조기에 탈락한 것도 황의조에겐 악재였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황의조에게 찾아올 가능성이 컸다.
천만다행으로 이적시장 막판 반전이 찾아왔다. 노리치 시티가 황의조의 영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기회가 찾아왔다. 황의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 없었던 노팅엄 구단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황의조 역시 리그가 챔피언십이긴 하나 무대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이적시장 마감이 임박한 만큼 꾸준하게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게 중요했다. 이적시장 막바지 빠르게 이적이 성사된 이유였다.
현지 매체 핑크언은 “황의조는 노리치 시티가 공격수 추가 영입을 추진할 때 최우선 타깃이었다. 구단의 재정 탓에 완전 영입보다 임대 영입이 불가피했다. 다른 옵션들도 있었지만, 노팅엄 포레스트가 오리기를 임대 영입하면서 황의조를 영입하는 게 가능해졌다. 그는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아직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황의조 역시 의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이적 직후 구단을 통해 “매우 흥분된다. 빨리 팀에 도움이 되고 싶고, 빨리 경기에 나서고 싶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고 좋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강도 높은 압박과 공격수들의 연계 플레이 등이 중요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데이비드 와그너 감독은 “황의조를 영입하기 위해 인내심을 가져야 했지만, 마침내 영입하게 돼 매우 기쁜 마음이다. 서전트의 부상 이후 공격진에 또 다른 옵션을 찾아야 했고, 마침내 해결책을 찾았다. 황의조는 클럽, 국가대표 모두 최고 수준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황의조의 활약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리치 시티 이적이 성사됐지만 데뷔전은 2일 로테르담 유나이티드전이 아닌 오는 16일 스토크 시티전이 될 전망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미 로테르담전에 나설 선수 엔트리 등록이 끝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황의조는 우선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웨일스(원정)·사우디아라비아(중립·잉글랜드)와 두 차례 A매치 평가전을 치른 뒤 다시 소속팀에 합류해 잉글랜드 무대 데뷔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황의조의 데뷔전 상대로 유력한 스토크 시티는 최근 ‘신성’ 배준호가 먼저 합류한 팀이다. 배준호는 지난달 대전하나시티즌을 떠나 스토크 시티에 합류했는데, 이적 협상 과정부터 구단이 빠른 합류를 원할 정도로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선 황의조와 배준호의 ‘코리안 더비’가 챔피언십 무대로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