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홈런 타자. 그 하나만으로 노시환(22·한화 이글스)의 2023년을 설명할 수는 없다.
노시환은 올 시즌 타율 0.302 30홈런 96타점(13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좋은 성적이지만, 완벽하진 않다. 그가 MVP(최우수선수) 후보로 꼽히지만,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에 상대적으로 밀린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성적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건 시즌 중 기복이 있어서다. 뜨거운 시범경기를 보낸 후 4월 좀처럼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5월에 홈런이 터지나 싶다가 43타석 무안타를 경험했다. 이후에도 몰아치는 구간과 잠잠한 구간이 반복됐다. 특히 지난 8월 19일 29호포를 친 후 2주 동안 홈런을 치지 못하는 '아홉 수'에 빠졌다. 이후 2일 시즌 30호포를 쳤으나, 다시 열흘 넘게 홈런이 없다.
기복은 오히려 성장의 증거다. 2019년 데뷔한 노시환이 500타석 이상 나서본 건 올해(544타석)가 처음이다. 매년 부진과 부상으로 아쉽게 마침표를 찍었다. 한 시즌 동안 좋은 페이스를 어떻게 유지하고, 되살리는지를 온전히 경험한 게 처음이다.
한화 구단은 지난 11일 노시환의 30홈런 달성을 기념해 자체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30홈런을 기록해 나간 과정도 담겨 있었으나 핵심은 43타석 무안타 기간이었다. 무안타를 벗어난 이후 노시환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올 시즌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밀고 나갔다. '언젠가 잘 맞는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고 버텼다"며 "그때 타격폼을 바꿨으면 무안타가 빨리 깨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깨진 후에도 안 좋은 타격감이 오래 갔을 것"이라고 했다.
김태균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후배를 지지했다. 그는 "슬럼프가 왔을 때 (선수가) '아, 뭔가 폼이 잘못됐다'고 느끼면서 변화를 시도하곤 한다. 그래서 더 망가지는 선수들이 많다. 그리고 그 망가진 상태로 시즌이 끝나고, 해마다 반복한다. 능력이 좋았는데도 평범한 선수로 남는 이들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노시환은 5월 24일 KIA 타이거즈전 9회 말 마무리 정해영에게 홈런을 쳐 무안타 침묵을 깼다. 그는 "(부진 탈출은) 코치님들의 도움이 제일 컸다. 제 스스로 단단해지고 있었지만, 주위에서 그렇게 도와주신 게 저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단단해지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홈런이 나오지 않아도 노시환은 제 몫을 하고 있다. 홈런이 하나뿐인 최근 10경기 노시환의 타율은 0.349다. 2루타 10개를 쳤고, 타점도 10개를 수확했다. 팀도 6연승을 달렸다. 올 시즌은 소중한 경험을 노시환에게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