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눈을 반짝이면서 시청했던 ‘인생 만화’ 한 편쯤은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요?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세계관이지만, 만화 속 인물들과 스토리에 우리의 삶은 더 즐거워지거나 위로를 받기도 하죠. ‘더쿠미’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르의 만화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사람은 희생 없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대등한 대가가 필요해.”
2001년 일본 만화주간지 소년간간에서 처음 연재됐으면, 2003년부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강철의 연금술사’는 완벽하게 끝맺은 결말 덕분에 시즌2가 절대 만들어질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 수작이다. 2009년 완결된 24권까지의 책은 누적 판매량 8000만부를 달성했다. 제49회 쇼가쿠칸 만화상, 2제5회 도쿄 애니메이션 어워드 원작상 등 상을 휩쓸었다. 2017년에는 실사화 영화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는 병으로 떠난 엄마를 다시 살려내기 위한 연금술 ‘인체 연성’을 행하게 된다. ‘인체 연성’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른 금기 연금술. 이 때문에 에드워드는 팔과 다리를, 알폰스는 육체 전체를 잃게 되는 대가를 치른다. 에드워드는 팔과 다리에 강철을 붙이고 다니고, 알폰스는 갑옷 안에 영혼만 봉인된 채 텅 빈 육체로 살아가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잃어버린 몸을 되찾을 유일한 단서인 ‘현자의 돌’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에드워드와 알폰스는 아메스트리스의 최연소 국가 연금술사가 되고, 임무를 수행하던 중 현자의 돌 실체에 점점 접근하게 된다. 알고보니 현자의 돌은 죽은 인간의 영혼을 모아 만드는 것으로, 이 현자의 돌을 핵으로 삼아 인공적 존재 ‘호문쿨루스’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마침내 힘을 키운 호문쿨루스는 인간 세상을 파괴하려는 악한 계획을 세우고, 에드워드와 알폰스는 이들과 마지막 전투를 벌인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 등과 같이 젊은 소년들의 모험담을 다룬 ‘소년만화’ 장르에 속한다. 하지만 최강자라는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소년만화 주인공들과 달리, 에드워드는 동생의 몸을 되찾아오겠다는 일념 하나로 앞을 향해 달려간다. 다른 소년만화 주인공이 악당들을 무찌르며 성장을 거듭하고 이 과정에서 작품의 호흡이 길어진다면, ‘강철의 연금술사’는 마지막회가 64회(애니메이션 기준)로 비교적 스토리가 짧고 단순하다. 빌런의 정체도 호문쿨루스가 전부이기에 주인공의 갈등 구조 등이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그렇기에 ‘강철의 연금술사’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분명할 수밖에 없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주제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같은 가치를 가진 두 가지 상품이 교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호문쿨루스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한 에드워드는 알폰스를 데려오기 위해 다시 한 번 연성을 시도해 알폰스의 몸을 요구한다. 그 대가는 바로 자신의 ‘연금술’이었고, 알폰스가 몸을 되찾는 대신 에드워드는 더 이상 연금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연금술사가 돼서 모든 것을 이루겠다고 생각한 에드워드는 결국 동생을 위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인간이 되기로 기꺼이 마음을 먹은 것이다. 연금술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에드워드기에 ‘강철의 연금술사’ 시즌2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도 당연하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1회부터 등가교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메인 장치로 사용됐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인생의 철학을 동시에 일깨웠다. 자신이 기꺼이 포기하고 얻는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사랑’이라는 교훈도 잊지 않았다. 찜찜한 곳 하나 없는 완벽한 떡밥 회수, 깊이있게 풀어낸 결말까지. ‘강철의 연금술사’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레전드 명작’이라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