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경기. 손흥민이 승리의 주역 히샤를리송을 지목하며 팬들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토트넘 SNS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주장’ 손흥민(31)의 품격이 경기장 안팎에서 조명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동료들과 뜻깊은 장면까지 연출해 내 더욱 주목받았다.
토트넘은 지난 16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2023~24시즌 EPL 5라운드에서 2-1로 이겼다. 승리의 주역은 히샤를리송(브라질)이었다. 그는 팀이 0-1로 뒤진 후반 35분 교체 투입, 후반 추가시간 8분과 10분 1골 1도움을 기록해 대 역전극을 이끌었다. 코너킥에서 멋진 헤더로 동점을 만들었고, 2분 뒤엔 침착한 패스로 도움을 기록했다.
승리의 주역이 히샤를리송이었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공격수 히샤를리송은 지난 2022~23시즌 5800만 유로(830억원)의 이적료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공식전 3골(리그 1골)을 넣는 데 그쳤고, 이날 전까지도 0개의 공격 포인트에서 벗어나지 못해 국내 팬들 사이에선 ‘미스터 제로’라고 불렸다. 최근 9월 A매치 기간에는 브라질 국가대표팀에 승선했으나, 부진 후 벤치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경기력에 나빠서 슬픈 게 아니었다. 지난 5개월 동안 내 돈만 보던 사람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나와 멀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런 히샤를리송이 이날 토트넘의 영웅이 됐다. 여기서 손흥민의 존재감이 빛났다. 승리 뒤 홈 관중 앞에서 여러 차례 히샤를리송을 지목한 것이다. 중계화면에선 손흥민이 히샤를리송의 등을 밀며 승리 세리머니를 이끄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최근 부진에 빠진 동료를 챙기는 손흥민의 세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흥민과 히샤를리송의 관계는 이미 지난 2월에도 조명된 바 있다. 두 선수는 한 여행 업체의 모델이기도 한데, 지난 2월 히샤를리송은 인터뷰에서 “내가 부상을 입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와 준 선수가 손흥민이었다. 그는 나에게 고개를 들고, 열심히 훈련하자고 격려했다. 나는 그가 토트넘에서 가장 나를 많이 도와주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즌 전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모양새다. 손흥민은 지난 12일 토트넘의 공식적인 주장이 됐다. 이후 구단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선수다. 그가 새 주장으로 선임된 건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우리 모두가 손흥민이 월드클래스 선수라는 걸 알고, 라커룸에서도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현지 언론에서도 일찌감치 주목한 바 있다. 토트넘의 올 시즌 개막전인 브렌트퍼드전, 손흥민은 원정을 찾아온 팬 앞에서 허들을 진행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장면에 팬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적생’ 제임스 매디슨(잉글랜드)은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을 통해 “그건 손흥민의 아이디어였다. 그의 의견대로 팬들 앞에서 팀 토크를 했는데, 팬들이 정말 좋아했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