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일부 팬들이 셰필드 유나이티드 골키퍼를 상대로 인종차별에 가족 위협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선수는 물론 셰필드와 토트넘 구단 모두 성명을 통해 해당 팬들을 거세게 비판했다.
18일(한국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토크스포츠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틀 전 토트넘 팬들은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셰필드의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후 웨스 포더링엄 골키퍼에게 인종차별성 발언은 물론 가족을 위협하는 욕설을 가했다. 경기장 특성상 포더링엄 골키퍼와 관중들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다.
당시 셰필드 골문을 지킨 포더링엄 골키퍼는 무려 8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경기 내내 맹활약을 펼쳤다. 후반 추가시간 8분과 10분 연속골을 실점하며 뼈아픈 1-2 역전패를 막지는 못했지만, 이날 포더링엄 골키퍼의 활약상은 토트넘 홈팬들에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시간 지연 행위까지 반복되면서 토트넘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는데, 선을 한참 넘었다는 게 현지 설명이다.
경기 내내 인종차별은 물론이고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발언까지 들어야 했던 포더링엄은 결국 경기 후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해당 팬들을 비판했다. 포더링엄은 “상대 팬들이 나에게 어떤 말을 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인종차별 발언, 그리고 가족에 대한 협박은 하지 말라. 생각을 좀 하라”고 비판했다.
토트넘 팬들의 추태를 확인한 셰필드 구단은 곧바로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을 공론화했다. 구단은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가해진 포더링엄에 대한 인종차별적이고 모욕적이며 위협적인 발언들을 규탄한다. 구단은 관련 기관들과 협력해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포더링엄 골키퍼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토트넘 구단 역시 성명을 통해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 등에 대해 비판했다. 토트넘은 “우리 구단은 모든 형태의 차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셰필드의 관련 기관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다.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팬들에 대해선 출입 금지를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토트넘은 앞서 손흥민 등 선수들이 인종차별 피해로 상대 구단이나 팬들을 거듭 규탄한 바 있는데, 이번엔 반대로 상대 골키퍼에 인종차별과 가족 위협 등 추태를 가하면서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EPL은 3년 전부터 이미 인종차별 반대 구호가 공식 세리머니로 자리 잡은 상태다. 선수들도 이른바 BML(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동참했다. 그해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격한 진압 중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해 킥오프 직전 모든 선수들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3개월 뒤 EPL 사무국은 2020~21시즌을 맞이해 인종차별 반대 구호인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이 설 자리는 없다)' 패치까지 선보였다.
그러나 아시아 선수들에게 눈을 찢는 행위를 가하거나, 현지 해설자가 직접 인종차별성 발언을 하는 등 꾸준히 인종차별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EPL 사무국과 구단들은 벌금이나 출입 금지 징계 등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 사례가 말해주듯 이미 뿌리 깊게 내린 인종차별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