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3연패. 황선홍호가 역대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오르지 못한 고지에 도전한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19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진화 스타디움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1차전에 임한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16일 중국 출국 전 “아시안게임 3연패 도전이 얼마나 험난하고 긴 여정이 될지 잘 알고 있다. 선수들과 함께 파부침주(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올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결사적으로 싸우겠다는 결의)의 심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원하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시안게임에서 2연패에 성공한 팀은 한국을 비롯해 대만(1954·1958) 버마(현 미얀마, 1966·1970) 이란(1998·2002)뿐이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역사상 3연패를 이룬 팀은 없다. 황선홍호가 ‘최초’에 도전한다.
첫 단추를 잘 끼는 게 황선홍호의 미션이다. 황선홍 감독도 “첫 경기가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1차전에 집중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정도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상대인 쿠웨이트 U-23(23세 이하) 대표팀과 역대 전적에서 1승 1무로 앞선다. 가장 최근 맞대결(2-0 승)이 2002년에 벌어진 만큼,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이 월등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해 분위기를 가다듬는 데 애먹었다. 기어이 정상까지 올랐지만, 이때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황선홍호는 1차전 이틀 뒤 태국과 두 번째 경기를 치러야 한다. 쿠웨이트를 꺾으면 빡빡한 일정 속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등 한숨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승리하지 못했을 때 몰려올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 단추를 잘 끼운 후 맹렬한 기세를 이어가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에이스’ 노릇을 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뒤늦게 합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강인은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과 아시안게임 참가 여부를 매듭지었고, 21일 저녁 황선홍호에 합류하기로 했다. 24일 열리는 바레인과 3차전부터 뛸 수 있다. 앞선 경기에서 승전고를 울려 3차전을 이강인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볼 ‘시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쿠웨이트전은 금메달 50개 이상 획득·종합 3위 수성을 목표로 둔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경기 일정이기도 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공식 개막일은 23일인데, 축구 등 일부 종목이 일찍 막을 올린다. 황선홍호의 첫발이 중요한 이유다. 쿠웨이트전 결과에 따라 한국 선수단을 향한 관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대회는 23개 팀이 6개 조로 나뉘어 경쟁한다. D조에 3개 팀이 들어갔고, 나머지 5개 조(A·B·C·E·F조)에는 4개국씩 묶였다. 각 조 1·2위 12개국과 3위 중 성적이 좋은 4개국이 16강 티켓을 손에 넣는다.
황선홍호는 첫 경기를 이틀 앞둔 17일부터 현지 적응에 들어갔다. 18일 최종 담금질을 마친 후 첫 경기에 나선다. 황선홍 감독은 결승까지 바라보는 만큼, 조별리그를 통해 팀 완성도와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는 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