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수원 KT위즈파크. KT 위즈전을 준비하고 있던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에게 특별 손님이 찾아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부터 카라멜 마끼아또까지 오승환 ‘단 한명’을 위해 음료를 네 잔이나 다양하게 준비해 온 주인공은 바로 KT 투수 박영현(19)이었다. 박영현은 “올 시즌 선배를 만나는 마지막 경기라 찾아뵀다”라며 대선배에게 음료를 건넸다.
22살 차이 선후배의 각별한 사이는 이미 유명하다. 중학교 시절부터 ‘오승환 바라기’였던 박영현은 데뷔 전부터 줄곧 오승환이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이야기해왔다. 지난해 10월엔 먼저 삼성 라커룸을 방문해 오승환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이후 오승환과 전화번호를 교환한 박영현은 이후 주기적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이어왔고, 이날도 오승환에게 ‘찾아뵙겠다’는 문자를 보내 만남이 성사됐다.
박영현을 본 오승환의 첫 마디는 “이제 곧 가겠네”였다. 박영현이 9월 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참가하는 걸 두고 한 말이었다. 오승환은 “가서 꼭 메달 따고 와, 알았지? 너는 아프지만 않으면 돼. 잘 먹고 준비 잘해”라는 격려의 한마디를 덧붙였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홀드(32개)를 기록 중인 박영현은 이번 AG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데뷔 전부터 바라던 마무리 보직, 롤모델인 오승환의 뒤를 잇는 국가대표 클로저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다. 그에 앞서 박영현은 국가대표 대선배를 찾아 조언을 구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태극마크를 8차례나 단 베테랑 오승환의 조언은 이제 막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 후배에게 큰 도움이 될 터.
“지금 잘하고 있는데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라면서 미소 지은 오승환은 박영현에게 “국제대회 가면 누굴 보고 배운다는 생각하지 말고 네 할 거만 집중해. 국제대회는 배우는 곳이 아니야, 무조건 이겨야 하는 곳이야”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대표팀 선수들은 한국에서 야구 제일 잘하는 사람이 가는 곳이잖아. 너도 마찬가지야. 마운드 위에선 네 볼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 던져”라며 첫 국제대회를 앞두고 긴장한 후배를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