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남자축구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가공할만한 득점력을 뽐냈다. 전방에 배치된 조영욱·정우영·엄원상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대승을 이끌었다. 동시에 고른 선수 기용을 선보이며 승리와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대표팀은 19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중국 진화의 진화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2 항저우 AG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9-0으로 크게 이겼다. 전반 4골, 후반 5골씩 넣으며 골 폭풍을 뽐냈다. 정우영이 해트트릭, 조영욱이 멀티 골을 완성했다. 이외에도 백승호·엄원상·박재용·안재준이 연이어 골망을 갈랐다.
같은 날 먼저 열린 바레인과 태국이 1-1로 비기면서, 황선홍호는 대회 첫날 곧바로 E조 1위를 차지했다. 이번 항저우 AG 남자축구 조별리그에선 각 조 1·2위와 3위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이 진출한다. 기분 좋은 출발을 한 황선홍호는 오는 21일 태국·24일 바레인전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앞뒀다. 경기 간격이 짧은 만큼 선수들의 부상 관리가 최대 관건으로 보인다. 실제로 황선홍 감독은 후반 9분부터 꾸준히 교체 카드를 사용하며 선수 관리에 공을 들였다. 이어 오는 21일에는 이강인도 합류한다.
황선홍 감독은 쿠웨이트에 맞서 4-4-2 전형을 꺼냈다. 전방에 조영욱과 고영준을 배치하고, 측면은 정우영·엄원상으로 구성했다. 이어 중원은 백승호·정호연이 맡았다. 백4는 박규현·이한범·박진섭·황재원으로 구성됐다. 골키퍼 장갑은 이광연이 꼈다. 또 한 명의 와일드카드 설영우를 포함, 최준·이재익·홍현석·박재용·민성준·김태현·송민규·안재준·김정훈이 벤치에서 출격을 기다렸다.
황선홍호는 이날 양 측면에 정우영과 엄원상을 배치해 속도전을 예고했다. 선제골은 2분 만에 나왔다. 왼쪽에서 정우영이 조영욱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뒤 박스 안까지 침투했다. 상대 수비에 걸려 공이 떴으나, 정우영이 이를 침착하게 터치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에도 측면 공격은 이어졌다. 황재원과 박규현도 적극적으로 오버래핑하며 측면을 두들겼다.
꾸준히 두드린 황선홍호는 곧바로 추가 골을 넣었다. 앞서 선제골을 도운 조영욱이 빛났다. 전반 19분 백승호의 침투 패스를 받은 엄원상이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는데, 공은 골키퍼와 왼쪽 골대를 맞았다. 재차 튄 공을 조영욱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골키퍼가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슈팅이었다.
30분경 쿨링브레이크 이후에는 경기 템포가 느려졌다. 황선홍호 입장에서도 일찌감치 리드를 잡은만큼 여유로운 운영을 택한 모양새였다.
37분에는 백승호가 오랜만에 공격에 가담했다. 정호연의 패스를 받은 뒤 박스 밖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골키퍼가 간신히 펀칭으로 걷어냈다.
좋은 슈팅 감각을 보여준 백승호는 44분 직접 프리킥 골로 스코어를 더욱 벌렸다. 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왼쪽 골대 구석을 뚫었다.
황선홍호의 공격은 마지막까지 불을 뿜었다. 직후 쿠웨이트의 실책을 놓치지 않은 고영준이 정우영에게 스루패스를 전달했다. 침투에 성공한 정우영은 침착하게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멀티 골을 완성했다.
추가시간에는 동요한 쿠웨이트 선수들의 거친 파울이 이어졌다. 추가시간 막바지엔 조영욱이 다시 한번 헤더로 골문을 노렸으나, 이번에는 골키퍼 선방이 빛났다.
황선홍호는 전반 45분 동안 다양한 공격 패턴을 뽐내며 4-0 리드로 마친 채 라커룸으로 향했다.
후반에도 엄원상과 정우영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후반 2분에는 정우영이 다시 한번 쿠웨이트의 골망을 흔들었다. 엄원상이 침투에 성공한 뒤 박스 안으로 가볍게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조영욱이 어려운 자세에서 슈팅했는데, 골키퍼를 맞고 공이 다시 튀었다. 이를 문전 앞 정우영이 가볍게 밀어 넣으며 해트르릭을 완성했다.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친 정우영은 태극마크를 달고 첫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2분 뒤에도 엄원상의 질주에 이은 스루패스가 다시 한번 정우영에게 향했다. 하지만 이번 정우영의 왼발 슈팅은 골문 왼쪽으로 벗어낫다.
조력에 집중한 엄원상이 이번에는 직접 나섰다. 후반 6분 조영욱의 절묘한 침투패스가 박스 안 엄원상에게 향했다. 엄원상은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팀의 6번째 골을 터뜨렸다.
6-0이라는 리드를 잡은 황선홍 감독은 후반 9분 교체 카드를 대거 꺼냈다. 황재원·고영준·엄원상이 빠지고 최준·박재용·안재준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최준의 크로스, 박재용의 헤더가 나오며 선수들의 다양한 공격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반 20분엔 조영욱이 다시 한번 빛났다. 활발한 침투 움직임을 보여준 뒤 박스 안에서 오른발로 반대편 골문을 노렸으나,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다. 2분 뒤에는 안재준의 크로스, 박재용의 헤더가 나왔으나 골키퍼 정면이었다. 한편 황선홍 감독은 ‘해트트릭’ 정우영을 빼고 홍현석을 투입하며 고른 기용을 펼쳤다.
27분에는 오른쪽 측면을 맡은 안재준의 질주가 빛났다. 상대 패스를 차단한 뒤, 활발한 질주를 이어갔다. 안재준의 크로스는 박스 안 조영욱에게 향했는데, 슈팅이 제대로 맞지 않아 공격이 무산됐다.
오른발 슈팅을 놓친 조영욱은 1분 뒤 왼발로 멀티 골을 완성했다. 정호연의 패스를 받은 조영욱이 침착한 터치를 선보인 뒤 왼발 슈팅으로 골키퍼 다리 사이를 뚫었다. 황선홍호가 7-0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후반 쿨링 브레이크 이후 쿠웨이트는 반격을 노렸으나, 황선홍호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은 33분 ‘주장’ 백승호를 빼고 설영우를 투입하며 다양한 전형을 보여줬다.
선수는 교체됐지만, 황선홍호의 골 폭풍을 멈추진 못했다. 34분에는 설영우의 땅볼 크로스를 받은 박재용이 미끄러지며 팀의 8번째 골을 완성했다.
이후 황선홍호는 어떤 위기도 겪지 않았다. 그 사이 쿠웨이트 선수들은 크게 밀리는 경기를 소화하다 연이어 그라운드에서 주저앉았다. 연이은 부상 탓에 후반 막바지 선수 10명으로 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추가시간은 6분, 황선홍호는 종료 직전 안재준이 박스 안에서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9-0을 완성했다. 황선홍호는 한 수 위 경기력을 유지한 채 경기를 매조지었다.
황선홍호는 대회 첫 경기에서 6명의 선수가 다양한 골 패턴을 보여줬고, 고른 기용을 선보이며 승리와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