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판타지 보이즈가 ‘뉴 투모로우’를 발매하며 드디어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MBC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소년판타지-방과후 설렘 시즌2’(이하 ‘소년판타지’) 최종 데뷔조로 선정돼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판타지 보이즈지만, 정식 데뷔 직전 멤버 유준원의 합류 거부로 기존 12인조에서 11인조로 출격하게 됐다.
유준원은 ‘소년판타지’에서 최종 1위를 해 멤버로 선발됐다. 하이브 연습생 출신으로 첫 등장부터 화제가 됐으며, 잘생긴 외모와 출중한 실력으로 탄탄한 팬덤을 형성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유준원은 갑작스럽게 판타지 보이즈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유준원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회사 측에서 불리한 조항들로 계약 체결을 요청했다”며 회사 측에 신뢰를 잃게 돼 계약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판타지 보이즈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한 포켓돌스튜디오는 공정 거래위원회 표준 약관에 따라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준원 측이 투표 1위를 차지했다는 명목하에 수익 분배 요율 상향 조정을 요구하며 계약서 수정을 요청했다. 이를 거부하자 유준원 측이 팀에 합류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준원은 현재 포켓돌스튜디오를 상대로 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소년판타지’ 제작사 펑키스튜디오 또한 유준원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처럼 아티스트가 활동 중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소송을 낸 경우는 많았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진 팀에서 멤버가 데뷔를 하기도 전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유준원과 소속사 간 갈등은 법정에서 가려야 할 문제로,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남은 판타지 보이즈 멤버들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사안이었다. 1위 멤버의 이탈로 팬덤이 깨질 수 있고, 멤버들의 사기가 꺾이거나 데뷔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 그대로다. 결과적으로 유준원 사태는 판타지 보이즈 멤버들을의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11명의 판타지 보이즈는 음악방송 무대를 통해 자신들을 먼저 알리기 시작했고, 멤버 홍성민은 최근 MBC ‘라디오 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해 새로운 예능캐로 떠올랐다. 김우석은 ‘복면가왕’에 출연해 실력파 멤버라는 점을 제대로 어필했다. ‘소년판타지’를 보지 않았던 대중도 ‘유준원 사태’를 통해 판타지 보이즈라는 그룹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그들을 향한 응원을 보태고 있다.
글로벌 반응도 심상치않다. ‘소년판타지’가 일본 최대 OTT 플랫폼 아베마를 통해 생방송됐던 만큼, 정식 데뷔 전부터 이미 판타지 보이즈를 향한 일본에서 반응이 폭발적이다. 지난 7월 개최한 9000석 규모의 일본 팬 콘서트를 전석 매진시켰으며, 오는 10월 도쿄에서 열리는 7000석 규모의 정식 데뷔 팬 콘서트 예매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음악 시장 2위 국가인 일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판타지 보이즈가 글로벌 스타로 도약할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판타지 보이즈의 멤버 이탈 사태로 인해 홍보 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자칫 멤버들의 의욕도 꺾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판타지 보이즈가 이 모든 구설을 딛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노래와 콘텐츠로 대중에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팀은 방송에서 나온 스토리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약해지기 때문에 단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팀워크와 철저한 준비가 갖춰진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