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시즌2 이후 영화를 하려나 싶었는데 또 시리즈를 하게 됐다. ‘무빙’이 박인제 감독의 마음을 끈 건 초능력자들이 등장하지만 끝내는 가족과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였다.
박인제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무빙’ 대본을 받았을 때가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자식에 대한 이야기, 가족과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박인제 감독은 2011년 ‘모비딕’으로 장편영화 연출 데뷔를 한 뒤 2017년 ‘특별시민’으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연출자로 이름을 크게 알린 건 영화가 아닌 2020년 공개됐던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시즌2였다.
박인제 감독은 앞서 ‘무빙’ 크리에이터 토크 행사에서 “사실 ‘킹덤’ 이후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던 바. 그런 박 감독의 마음을 ‘무빙’으로 이끈 건 가족 이야기 외에 또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이다.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컸어요. ‘무빙’은 그게 가능하리라 봤어요. 예를 들어 하늘을 나는 캐릭터 같은 건 국내 작품에서 해볼 일이 그렇게 많진 않잖아요. 할리우드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 캐릭터들을 구현한다는 건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박인제 감독의 선택은 수치로도 인정받았다. 공개 후 화제성 지수 톱을 싹쓸이하며 ‘무빙’은 디즈니+를 대표하는 시리즈로 우뚝 섰다. ‘국내에서 죽어가던 디즈니+를 살렸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박인제 감독은 “죽어가는 디즈니+를 내가 어떻게 살리느냐. 그건 미국 본사에서 할 일”이라면서도 “구독자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셨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박인제 감독은 자신이 만든 작품은 다 찍으면 절대 안 꺼내 본다는 사실. 여러 평가들을 보면 상처받을 수도 있고, 이미 완성된 영상을 보면서 아쉬움이 생기거나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낄까봐서란다. 박 감독은 “그냥 나 나름대로의 방어 방법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고 긴 추석 연휴를 위해 ‘무빙’을 남겨둔 시청자들에게 작품의 킬링 포인트를 공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박인제 감독은 고민 끝에 “모든 장르들이 다 들어가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약간의 코미디, 장르 영화적인 면, 살짝 가미된 멜로도 만나실 수 있어요. 전체 다 안 보고 몇 회차만 꺼내 보셔도 괜찮으실 거예요. 혹은 1편부터 보지 마시고 부모 세대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중반을 먼저 보신 뒤 현재인 1편으로 넘어오시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으시리라 봐요. 모쪼록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