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머리’로 등장한 조규성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지만 끝내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미트윌란은 25일 덴마크 헤르닝의 MCH 아레나에서 열린 오덴세 BK와의 2023~24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 9라운드에서 2-1로 이겼다. 이날 최전방으로 출격한 조규성은 1골 1도움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미트윌란은 이날 승리로 리그 4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렸고, 리그 5위(4승2무3패, 승점 14)에 올랐다.
경기 전부터 조규성의 선발 소식과 함께 주목받은 건 그의 머리 스타일 때문이다. 평소 장발에 가까운 머리를 유지한 그가 홈 경기를 앞두고 레게머리를 뽐냈다.
조규성은 전반 중반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36분경 박스 안에서 몸싸움을 이겨낸 뒤 완벽한 일대일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조규성의 다이렉트 왼발 슈팅은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골대 바로 앞에서 이뤄진 찬스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미트윌란은 전반전 7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유효슈팅은 0개였다. 상대를 압도했음에도 골문을 열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미트윌란은 후반 4분경 페널티킥(PK)을 얻었다. 크로스를 수비하는 과정에서 오덴세 수비수 니클라스 무리센이 핸들링을 범했고, 비디오 판독(VAR) 끝에 PK 판정이 나왔다. 키커로 나선 건 조규성이었다. 그는 침착하게 가운데로 차 넣어 2경기 연속 골이자, 리그 5호 골을 올렸다. 전반전의 미스를 만회하는 선제 득점이었다.
그런데 미트윌란은 후반 7분 수비가 무너지며 첫 번째 유효슈팅을 허용했고, 이는 오덴세의 동점 골이 됐다. 사이드라인에서 시작된 라미 알 하지의 패스를 루이시우스가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미트윌란의 공세가 이어졌다. 특히 측면에서 연이은 크로스로 오덴세의 골문을 노렸다. 조규성은 후반 22분 헤더를 시도했으나, 정면이었다. 45분에는 골키퍼 바로 앞에서 크로스를 왼발 발리 슈팅으로 이어갔으나 이번에도 공이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하지만 조규성은 이번에도 결국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추가시간 3분경 멀리 넘어온 크로스를 침착하게 헤더 패스를 건넸고, 이를 찰스가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극장 골을 완성했다. 조규성은 2개의 찬스를 놓쳤지만, 1골과 1도움으로 만회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과 소파스코어는 조규성에게 각각 평점 8.5와 7.8을 부여했다. 이는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이었다. 조규성은 이날 풀타임 그라운드를 누비며 드리블 성공 1회·키 패스 1회·공중볼 경합 승리 5회·피 파울 2회 등을 기록했다. 박스 안은 물론, 경기장 전역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지난 7월 11일 305만 유로(약 43억원)의 이적료로 미트윌란 유니폼을 입은 조규성은 적응기 우려가 무색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미 리그 8경기에서 5골을 넣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컨퍼런스리그(UECL) 예선 라운드에서 1골을 추가하기도 했다.
당시 스벤 그라베르센 미트윌란 단장은 “우리는 1년 넘게 조규성을 지켜봤고, 월드컵 이후 유럽 여러 곳에서 그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한국 대표팀의 주전 멤버이자 전북 출신의 득점왕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를 영입하기 위한 많은 경쟁이 있었다”며 “조규성도 미트윌란을 자신에게 적합한 곳으로 생각한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조규성은 완벽한 스트라이커다. 그는 좋은 체격의 이점을 살리고, 박스 안에서의 위치 선정에 능숙할 뿐만 아니라 골대를 등지고 플레이하며 발생하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강하며 머리와 양발을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마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조규성의 6골은 양발과 머리를 이용해 나온 득점이다. 오른발 3골·왼발 1골·헤더 2골을 터뜨렸다. PK 키커로도 나서며 팀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조규성은 미트윌란 합류 직후 구단을 통해 “유럽에 갈 기회는 많았지만, 이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미트윌란은 나를 영입하기 위해 매우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고, 나는 이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까지 그의 여정은 순항하고 있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