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112위·당진시청)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남자 단식 탈락 후 라켓을 부수고 상대 선수와 악수까지 거부해 비난을 샀다.
그의 부적절한 행동은 지난 25일 열린 남자 단식 2회전 경기 종료 후 나왔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광한 권순우는 자신보다 세계랭킹이 한참 낮은 태국의 카시디트 삼레즈(636위·태국)에게 1-2(3-6, 7-5, 4-6)로 졌다.
권순우는 패배의 충격 탓인지 경기가 끝나자마자 라켓을 코트에 내리찍었다. 무려 10차례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분풀이했다.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고, 고함치며 항의하는 팬들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신사의 스포츠' 테니스는 경기 종료 후 상대 선수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악수한다. 권순우는 네트 근처로 향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짐을 챙기러 갔다. 상대 선수가 악수를 청하러 다가왔지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삼레즈는 머쓱하게 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중국 포털 '소후닷컴'은 상대 선수였던 삼레즈가 분위기를 잃자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거나 화장실에 가서 10분 동안 돌아오지 않는 등 비매너적인 행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어떠한 행동도 권순우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 패배에 대한 충격이든, 자신에게 실망한 영향이든 국제대회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으로 논란을 부추겼다.
권순우의 행동은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피아니스트는 손가락, 사진작가는 눈, 군인은 총을 사랑하는 것처럼 선수는 라켓을 사랑해야 한다. 이런 사람이 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한 한 유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권순우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한 선수다. 한국 선수로는 최다 우승자다. 국제 무대 경험이 풍부한 데도, 상대의 심리전에 휘말려 비난을 자초했다. 간혹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 라켓을 부수는 선수도 있지만, 악수를 거부한 건 분명 상대를 무시한 처사다. 실력과 매너 모두 졌다.
특히 ATP 투어와 달리 국제종합대회는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권순우는 외신에 스포츠맨십을 잃은 낯부끄러운 행동으로 소개되고 있다.
권순우는 국내외 논란이 커지자 26일 오전 태국 선수단 훈련장을 찾아 삼레즈에게 사과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상대 선수가 '괜찮다'며 권순우의 사과를 받아들여 서로 잘 풀었다"고 전했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권순우는 이번 대회 금메달을 절실히 기대하고 있다. 권순우는 홍성찬(195위·세종시청)과 조를 이뤄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설령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서더라도 박수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