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AG 한건규 "동메달만 3개, 마지막은 금이면 했는데…" [항저우 2022]
"동메달만 세 개라 마지막은 금메달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은메달도 큰 성과지만, 정말 아쉽다."
아시안게임 동메달만 세 개. 은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한건규(한국전력)는 눈앞에서 놓친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한국 7인제 럭비 대표팀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범대 창첸 캠퍼스 경기장에서 열린 홍콩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럭비 7인제 결승전에서 7-14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은메달은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17년만이지만, 감격보단 아쉬움이 더 큰 결과였다. 결승전 전까지 4연승을 달린 한국은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 이후 꾸준히 가능성을 이어왔고, 결승전 상대 홍콩은 2019년 도쿄올림픽 예선 당시 한국이 꺾은 상대였다.
그러나 항저우에서 웃은 건 홍콩이었다. 전반전 중반까진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으나 일시에 무너지면서 한국은 순식간에 0-14로 리드를 내줬다. 후반전 7점을 만회했으나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마지막을 생각하고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한건규는 금메달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만큼 마지막 성과를 기대했고, 노력해 온 동료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경기를 마친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한건규는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 많이 응원해주신 가족분들,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죄송스럽다"고 준우승 소감을 전했다.
충분히 팽팽하게 흘러갔던 경기였던 만큼 한건규의 마음 속에는 한 순간의 승부처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는 "전반 초반 판정 하나일 뿐이었지만, 우리에게 득점이 와야 했던 상황이 있었다. 상대 반칙으로 득점이 제지되면 센터 트라이라고 해 득점이 인정된다. 왜 그 판정이 내려지지 않았는지 우리 선수들, 스태프들 모두 의아했다"며 "중국의 홈 어드밴티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까지 고려해 준비했는데도 그런 상황이 나와 선수들 모두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한건규 개인으로서는 커리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아시안게임 은메달이다. 그는 앞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3회 연속 동메달만 목에 걸었다.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일본과 홍콩의 양강 체제를 깨지 못해왔던 탓이다. 대진표 행운까지 따르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개인 첫 은메달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한건규는 "동메달만 세 개라 마지막은 금메달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결승만 올라가면 무조건 이기자고 선수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얘기했고, 준비했다. 정말 파이팅하면서 왔는데 결과적으로 은메달이 됐다. 은메달도 큰 성과지만, 저희 선수단으로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고 했다.
자신의 아쉬움일 뿐, 최선을 다한 동료들에게는 박수를 보냈다. 한건규는 "모든 선수들이 다 그랬지만, 아픈 와중에도 주사를 맞고 마취제까지 맞으면서 뛴 장용흥 선수가 있다. 또 은퇴했다가 다시 돌아온 박완용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동료들의 투혼을 치켜세웠다.
비록 금메달 수상엔 실패했고, 한건규 본인도 마지막이라 했으나 차근차근 성장하는 럭비 대표팀의 미래는 밝아지고 있다. 한건규는 "지금 선수들의 연령대도 굉장히 어리고,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 선수들이 '무조건 이번 올림픽에 나가자'고 한다. 오늘은 홍콩에게 결승에서 졌지만, 이번 올림픽 지역 예선 때는 무조건 1등으로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팬분들께서 많이 응원해주시면 선수들도 더 열심히 준비해 홍콩을 만났을 때 두 배로 갚아주겠다"고 전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