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왔어요. 제가 차겠다고 했죠."
지난 1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국과 운명의 8강전. 남자축구 대표팀 홍현석(24·헨트)에게는 그날 뭔가 느낌이 왔다.
한국은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8강전 전반 18분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황재원이 끈질긴 플레이로 얻어낸 기회. 0-0 균형을 깰 선제골이 필요했다.
키커로 홍현석이 나섰고, 홍현석이 왼발로 감아찬 공은 그대로 중국의 골문 구석에 꽂혔다. 이날 경기장을 뒤흔들던 중국 팬들의 함성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홍현석은 키커를 자청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내가 원래 프리킥에서 슈팅을 잘 안 찬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느낌이 왔다. (주장인) 백승호 현한테 내가 차겠다고 말했다. 차고 나서 궤적이 좋아 들어갔다는 확신이 왔다"고 웃었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경기 전부터 중국 팬들의 기세, 그리고 전날 여자축구 대표침을 괴롭힌 편파 판정에 대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기세는 예상대로였지만, 판정 시비가 걸리지 않으면서 한국은 실력대로 중국을 압도하고 가볍게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홍현석은 "사람이 좀 많아 신경은 쓰였다"면서도 "경기 전부터 선수들과 불필요하게 카드를 받거나 플레이에서 실수는 하지 말자고 논의했다. 그래서 잘 넘긴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날 홍현석이 득점 후 한 세리머니는 '한 번 외쳐봐라'는 식으로 귀를 가져다대는, 이른바 도서관 세리머니였다. 그에 이어 추가골을 넣은 송민규도 같은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홍현석에게 맞췄냐고 묻자 그는 "맞추진 않았다"고 웃으면서 "날 따라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기세를 이겨낸 데에는 이번 대표팀의 팀워크를 꼽았다. 홍현석은 "이 팀이 그냥 너무 좋다"며 "다 같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똘똘 뭉치고, 한 마음으로 하는 분위기다. 그 속에서 이번 경기에도 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젠 정말 우승이 코앞이다. 다음 상대는 4일 맞대결하는 우즈베키스탄이다. 홍현석도 경계를 풀지 않았다. 홍현석은 "사실 우즈베키스탄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분석하면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