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중국 저장성 중국기원 분원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박정환이 중국 미위팅과 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3일 중국 저장성 중국기원 분원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신진서가 중국 양딩신과 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바둑 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유종의 미를 거뒀다. 남자 개인전 동메달, 여자 단체전 은메달의 아쉬움을 털고 남자 단체전 정상에 우뚝 섰다. 지난 2010년 광저우 대회 금메달 이후 13년 만에 부활한 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라 남자 단체전 ‘최강’ 입지를 재확인했다.
신진서와 신민준, 박정환, 김명훈, 변상일 9단으로 꾸려진 남자 바둑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중국기원 분원에서 열린 대회 남자 바둑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4-1로 완파했다. 이번 대회 바둑 마지막 종목에서 거둔 값진 금메달이다.
세계 최강 신진서 9단, 여제 최정 9단을 앞세운 바둑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싹쓸이에 도전했다. 다만 신진서가 남자 개인전 동메달,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각각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자칫 ‘노골드’에 그칠 수도 있었던 상황. 벼랑 끝에 선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지킨 건 단체전에 나선 남자 대표팀이었다.
이로써 남자 바둑 단체전은 지난 2010년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2014년 인천 대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바둑 종목이 제외됐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부활했다. 그리고 남자 바둑은 13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굳게 지키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3일 중국 저장성 중국기원 분원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신진서가 중국 양딩신과 대국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3일 중국 저장성 중국기원 분원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한국 신민준이 중국 커제와 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커제 9단을 중심으로 한 중국과의 단체전 결승전. 금메달을 향한 남자 바둑 대표팀의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5대5 동시 대국으로 치러진 가운데 무려 4명이 승전보를 전하면서 결승전 완승을 거뒀다.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은 패전이었다. 국내 랭킹 3위 변상일 9단이 리친청 9단에게 295수 만에 흑 7집 반 패배를 당했다. 변상일의 패전은 그러나 이번 결승전 한국 처음이자 마지막 패배 소식이었다.
신진서가 중국 랭킹 3위 양딩신 9단을 240수 만에 백 불계승으로 제압하며 균형을 맞췄고, 이어 신민준 9단도 커제(중국 2위)에 대역전승을 거뒀다. 신민준은 한때 인공지능(AI) 예상 승률이 10%를 밑돌만큼 궁지에 몰리고도 324수 만에 극적으로 흑 반집 승을 거뒀다.
또 국내 2위 박정환 9단은 미위팅 9단(중국 4위)에 261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한국이 3승 고지를 먼저 밟았다. 이어 김명훈 9단도 자오천위 9단에 297수 만에 백 4집 반 승을 따내며 마지막 승전고까지 울렸다. 김명훈은 상대 전적에서 자오천위에 3패로 열세였으나 결승 무대에선 보란 듯이 설욕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 바둑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지난 2010년 광저우 대회 땐 남·여 단체전과 혼성 페어 금메달을 모두 싹쓸이했고, 이번 대회 역시 금메달 싹쓸이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남자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잇따라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서 목표 달성엔 실패했다.
3일 중국 항저우 치위안 체스홀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 오유진, 김은지, 최정이 시상대에 올라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자 개인전에 나섰던 신진서는 준결승에서 대만의 쉬하오훙 9단에게 278수 만에 흑 불계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박정환, 신진서를 잇따라 꺾은 쉬하오훙은 결승에서 커제마저 제압하며 깜짝 금메달을 차지했다.
신진서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을 135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꺾고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해 자신에게 실망스럽고, 응원해 주신 분께도 죄송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홍콩을 꺾고 결승에 올랐던 여자 대표팀도 결승전에서 중국에 1-2로 져 정상을 눈앞에서 놓쳤다. 최정이 리허에게 203수 만에 백 불계패를, 김은지도 우이밍에게 275수 만에 백 불계패를 당했다. 그나마 오유진이 위즈잉에게 319수 만에 흑 1집 반 승을 거둬 영패를 면한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남자 대표팀이 앞서 여자 대표팀의 중국전 설욕을 대신하며 시상대 제일 위에 섰다. 당초 남자 개인전, 여자 단체전보다 금메달 가능성이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승에서 오히려 중국을 압도하면서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 대표 6명 가운데 5명은 이미 병역을 마쳤거나 해결한 가운데, 유일한 미필자 신민준이 이번 금메달로 병역 특례 대상이 됐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금메달 1개(여자 단체)와 은메달 2개(남자 단체·남자 개인)를 차지했다. 대만이 금메달 1개(남자 개인)를, 일본은 동메달 2개(남자 단체·여자 단체)를 수확했다. 이번 대회는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 3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졌다. 덤은 7집 반으로 중국 룰을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