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전에서 금메달(여자)과 동메달(남자)을 수상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개인전에서도 순항을 이어갔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16강전 7경기 중 여자 단식(안세영) 혼성 복식(서승재-채유정) 남자 복식(최솔규-김원호) 여자 복식(김소영-공희용)에서 모두 승리했다.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가장 기대받는 종목 중 하나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1위 안세영을 필두로 최근 성적이 뛰어나다. 올 시즌 세계 팀 랭킹에서 총점 1만3650점으로 중국에 이은 2위를 기록 중이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대회 전부터 출전하는 전 종목(7개)에서 메달 수상을 목표로 걸었다.
시작도 좋다. 여자 단체전에서 최강 중국을 상대로 우승했고, 남자 단체전도 동메달로 김 감독이 원했던 메달 수집에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은 1일 여자 단체전을 마친 후 "단체전은 의미 있다. 예를 들어 안세영이 좋은 경기 못 보여줘도 뒤에서 그걸 받쳐주고, 서로 받침 속에 있는 것"이라며 "올해 단체전이 3번째다. (이번 대회가) 올해 정점을 이르는 단합심, 협동심 선수들 사이 이뤄졌던 것이 포인트 같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중국 선수들은 오늘 많이 당황했다. 한국 선수의 스토르크 정확도·스피드가 중국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느꼈을 것"이라며 "아마 벽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김가은, 안세영, 김가람이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감독은 "(배드민턴) 첫 메달이 나오는 게 여자 단체전이다. 여자 단체전이 처음에 얼마큼 단추를 잘 끼우느냐에 따라 개인전도 어떤 성과가 나올지 판가름이 난다"면서 "그 과정에서 남자 단체전이 여자 단체전이 부담을 안 갖게 분위기를 잘 띄워줬다"고 했다. 그는 "전체 다섯 종목과 단체전까지 합쳐 7개 종목에서 고른 메달을 따겠다. 파리 올림픽에도 5개 메달이 있다. 항저우에서 따는 만큼 올림픽에서도 딸 거다. 개인전 성적이 중요하고, 그만큼 따기 위해 올림픽도 준비할 것"이라고 의욕을 높였다.
16강전을 통과한 선수들은 들뜨지 않았다. 배드민턴 대표팀 최고 스타로 떠오른 안세영은 단체전에서도 만났던 몰디브의 압둘 라자크 파티마스 나바하를 게임 스코어 2-0(21-4, 21-6)으로 제압했다. 승리까지 단 21분만 걸리는 압승이었다. 4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16강 한국과 몰디브의 경기. 한국 안세영이 몰디브 압둘 라자크 파티마스 나바하를 상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세영은 "단체전을 마치면서 경기를 여유롭게 풀어가는 것 같다. (승리한 덕분에) 내일도 경기가 있어 더 행복하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그는 "단체전은 단체전이고, 개인전은 개인전대로 의미가 깊다"며 "금메달이 생기니 '개인전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은 더 생긴다. 하지만 난 욕심 내면 잘 안 되더라. 매일 말하지만,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4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혼합 복식 16강 한국과 태국의 경기. 한국 서승재-채유정이 태국 데차폴 푸아바라누크로-삽시리 타에랏타나차를 상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AG에서 유일하게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같은 조를 짜 온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은 단단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서승재-채유정은 16강에서 태국의 데차폴 푸아바라누크로-삽시리 타에랏타나차(세계 5위) 조를 만났으나 2-0(21-13, 21-11)로 가볍게 승리했다.
서승재는 "2종목에 출전해 솔직히 같이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다"며 "누나가 나와 파트너로 뛰지 않을 때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연구하고 노력한다"고 했다. 채유정도 "처음에는 혼자 운동했던 부분이 많아 파트너십이 더디기도 했지만, 계속 연구했던 게 지금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자신감도 생기고, 욕심도 더 난다"고 전했다.
서승재-최유정은 지난 8월 세계개인선수권에서 혼합복식 우승을 차지했고, 2주 뒤 중국오픈 역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서승재는 "이전 우승은 이전 것이라 믿는다. AG에서 한 경기, 한 경기 자신있게 플레이하겠다. 욕심부리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4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복식 16강 한국과 중국의 경기. 한국 최솔규-김원호가 중국 량웨이컹-왕청을 상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남자복식에서는 최솔규와 김원호가 세계 2위인 중국의 량웨이컹-왕창 조에게 2-1(21-10, 18-21, 23-21) 역전승을 거뒀다. BWF 대회에서 세 번 만나 세 번 진 강적이었으나 설욕에 성공했다. 3세트 13-19까지 끌려가 패색이 짙었지만, 막판 맹추격하며 듀스로 끌고 갔고, 21-21에서 연속 득점으로 최종 승리를 챙겼다.
최솔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기에 역전승할 수 있었다"며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원호는 "예전에는 상대가 두려워 피하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 오늘은 지더라도 한 번 싸워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간 게 잘 된 것 같다"고 전했다. 4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16강 한국과 인도의 경기. 한국 김소영-공희용이 인도 트리사 졸리-가야트리 고피찬드를 상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자 복식 '킴콩 듀오' 김소영-공희용 조는 인도의 -풀레라 고피챈드 조를 상대로 라운드 스코어 2-1(21-15, 18-21, 21-13) 승리를 챙겼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공희영은 "쉽게 풀어갈 수 있었는데, 우리 스스로 좀 어렵게 풀어간 경기였다. 만족은 못하지만, 이겨서 기분은 좋다"며 "우리가 실수하지 않고 셔틀콕을 계속 넘겨주다 보면 상대에게서 실수가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실수를 하다 어렵게 갔다"고 돌아봤다. 4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복식 16강 한국과 인도의 경기. 한국 김소영-공희용이 인도 트리사 졸리-가야트리 고피찬드를 상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소영도 "인도 선수들이 공격력도 좋고, 드라이브 볼도 좋았다. 높게 오는 볼을 우리가 계속 걸었는데, 빠르게 공을 맞히다 보니 실수가 많이 나왔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 저곳으로 날라오니 미스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서로 '차분하게 하자. 뭘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말자. 내려놓자' 이야기한 후 공격적인 플레이로 임팩트를 주려고 한 게 좋게 통한 것 같다"고 승리 요인을 전했다.
김소영은 "대진표 상으로는 4강전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하시지만,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중요하고, 어떤 이변이 있을지 모른다. 그 이변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어 오후 남은 3경기에서 전원 16강 통과에 도전한다. 남자 복식 서승재-강민혁 조, 여자 단식 김가은, 여자 복식 백하나-이소희 조가 8강 진출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