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의 이른바 ‘깡패축구’ 여파가 결국 황선홍호에 악재를 만들었다. 상대의 살인태클에 쓰러진 엄원상(울산 현대)이 결국 발목 염좌 판정을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남은 이틀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5일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전날 우즈베키스탄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 출전한 엄원상은 가벼운 좌측 발목염좌 판정을 받았다. 오는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일본과의 대회 결승전 출전 여부는 경과를 지켜본 뒤 판단할 예정이다.
전날 경기 종료 후 직접 걷지도 못한 채 스태프에게 업혀나갔던 것을 돌아보면, 천만다행으로 심각한 부상까진 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상 회복 속도가 더뎌지면 일본과의 결승전에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정예를 내세워야 하는 결승전 단판 승부라는 점에서 황선홍 감독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날 대회 준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더티 플레이’가 반복된 여파다. 엄원상은 후반 17분 이브로힘할릴 율다셰프의 무차별 백태클에 쓰러졌다. 엄원상과 스피스 싸움에서 완전히 진 율다셰프는 강력한 백태클로 엄원상을 넘어뜨렸다. 공도 건드리지 못한 비매너 플레이에도 율다셰프는 공을 땅애 내팽개치며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엄원상은 한참 동안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가까스로 일어서 다시 그라운드를 누비는가 했지만, 4분 만에 안재준(부천FC)과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곧바로 교체된 게 아니라 부상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지만, 경기를 모두 마친 뒤 엄원상은 직접 걷지도 못한 채 스태프의 등에 업혀 경기장을 빠져나가 큰 우려를 낳았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춘 엄원상은 황선홍호의 핵심 측면 자원이다. 쿠웨이트, 태국과의 조별리그 1·2차전에선 연속골을 터뜨렸다.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도 선발로 나설 정도로 황선홍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는데, 상대의 거친 백태클 탓에 자칫 결승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황선홍 감독도 경기 직후 “지금까지 큰 부상자 없이 잘해왔는데, 엄원상이 부상이 좀 있는 듯하다”며 걱정했고, 실제 염좌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엄원상 한 명의 부상이 불행 중 다행일 정도로 이날 우즈베키스탄의 플레이는 경기 내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는 점이다. 이날 우즈베키스탄은 경기 내내 거친 플레이로 한국 선수들과 충돌했고, 심지어 공격수 압두라우프 브리예프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까지 당했다. 점프한 조영욱을 밀어 넘어뜨려 황선홍 감독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더구나 우즈베키스탄은 과거에도 한국과 경기에서 선수에게 주먹질을 하거나 볼 경합 과정에서 목 부위를 가격하는 등 전례가 있던 상황. 이번 준결승전 역시도 경기 전부터 우려가 컸는데, 그 우려는 결국 엄원상의 부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날 경기 내내 우즈베키스탄의 거친 플레이에도 황선홍호는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멀티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오는 7일 한일전을 통해 3회 연속 AG 금메달에 도전한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결승에서도 한일전이 열렸는데, 당시엔 한국이 2-1로 승리해 정상에 오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