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 되는 걸 말이 되게 만드는 게 작품의 묘미라고 했던가.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는 이 말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납치. 사실 친구가 친구를 납치한다는 건 실제 벌어지기 어려운 설정처럼 보이지만 ‘거래’는 납치극을 벌이는 청년들의 “너랑 나랑 1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해도 5억 절대 못 모아”라는 단 한 줄의 대사로도 공감하게 만든다.
친구를 납치해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두 명의 청년들은 저마다 절벽 끝에 내몰려 있다. 준성(유승호)은 이제 갓 제대했지만 도박을 하다 사채까지 쓰게 되면서 무려 4억원을 내놓으라는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내몰려 있다. 재효(김동휘)도 마찬가지다. 의대생이지만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제적될 상황에 놓여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친구들끼리의 술자리처럼 보였지만 그 밑바닥에 깔려있는 이들의 절망적인 상황들은 마침 술 취해 쓰러져 있는 민우(유수빈)와 비교되며 묘한 박탈감을 만든다. 그래서 부모 잘 만나 부족한 것 없이 살아온 민우의 엄마(백지원)가 건 전화를 대신 받은 재효는 갑자기 놀라운 말을 던진다. “당신 아들 우리가 데리고 있습니다. 다시 만나고 싶으면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10억, 10억 준비하세요. 안 그러면 당신 아들 죽습니다.”
친구들 간의 술자리에서 친구를 납치하는 상황으로 갑자기 반전된 이야기는 어딘가 만만찮아 보이는 민우의 엄마로 인해 사건이 커지는 또 다른 반전으로 이어진다. 즉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대신 인터넷 도박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범죄조직 보스 황총재(정인겸)를 찾아가 반 협박으로 민우를 구해 달라 요청한 것. 결국 황총재가 자기 조직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조용호(김도윤)와 토쟁이(어성욱)를 시켜 민우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재효와 준성이 벌인 납치극은 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다.
사실 준성과 재효가 그런 절망적 상황에 놓이게 된 건 자신들 탓이다. 준성은 도박에 빠져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인생 막장으로 흘러가게 된 것이고, 재효는 본인의 부정행위 때문에 어렵게 들어간 의대에서 제적당하게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세상 탓하는 모습이 그리 공감 가는 대목은 아니지만, 중요한 건 이들의 나쁜 선택들이 갈수록 더 나쁜 선택을 하게 만드는 현실 상황이다. 인생 막장 청춘들의 납치극으로 시작하지만, 향후 이들이 마주할 황총재는 다름 아닌 준성 같은 가진 것 없는 청춘을 유혹해 쉽게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인물이다. 결국 준성이 막대한 사채빚을 떠안게 된 시발점이 바로 그 인터넷 도박이 아니던가. 그래서 준성과 재효의 납치극은 그런 일을 저지르면서도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황총재 같은 이들과(여기에는 미묘하게 민우의 엄마도 연루돼 있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대결구도로 흘러간다.
‘거래’는 이처럼 아주 사소한 일상사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사건이 바뀌고, 그 사건이 갈수록 의외의 방향으로 커져 나가는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다. 그 과정에는 반전 서사가 반복된다. 친구를 납치한다는 상황이 첫 번째 반전이라면, 아들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찰이 아닌 황총재 같은 조폭을 찾아가는 게 두 번째 반전이다. 하지만 반전은 그게 끝이 아니다. 납치된 민우가 극한으로 몰리면서 이제 이 납치극의 ‘공범’으로 돌변할 것 같은 또 다른 변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역 이미지를 온전히 벗어내고 다소 다크한 얼굴을 드러낸 유승호의 연기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와 ‘비밀의 숲2’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던 김동휘가 티격태격하며 만들어가는 연기 케미의 힘이 전체를 끌어간다면, ‘약한영웅’, ‘D.P.2’ 등에서 연기파의 가능성을 보여준 유수빈은 사건에 변수를 만들어가는 반전의 짜릿함을 안겨주는 연기를 보여준다. 청춘들의 살풍경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어딘가 웨이브의 작년 초히트작인 ‘약한영웅’의 색깔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그만큼 웨이브측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데, 과연 그 기대감이 대중들에게도 먹혀들지 향후 공개될 회차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