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SSG 랜더스와 홈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두산에 승리한 SSG는 3위로 올라갔고,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에 패한 4위 NC 다이노스와 승차도 1경기 차다. 최종전에서 두산이 이기고 NC가 패해 승률 동률이 된다 가정해도 상대 득실에 밀리는 두산은 5위 마무리가 확정됐다.
문제는 결국 타선이었다. 두산은 이날 5안타를 치며 딱 2득점에 그쳤다. 그나마도 9회 대타 김인태의 솔로포가 나오기 전까지 단 1득점으로 SSG 마운드에 묶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산전 3경기 평균자책점 1.64(22이닝 4자책점)으로 호투하던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공략하지 못했다. 5회 말 한 점을 낸 허경민의 2루타를 제외하면 시원한 타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빈공은 결국 체력 문제로 보였다. 이미 15일 LG전에서도 2득점에 그쳤다. 두산은 지난 10일부터 오늘(17일)까지 8연전을 치르며 정규시즌을 마무리한다. 20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라면 소화할 여력이 있겠지만, 두산 타선의 주축 선수 대부분이 30대 베테랑들이다. 최고참 김재호(38)를 필두로 양의지(36) 김재환(35) 정수빈(33) 허경민(33) 양석환(32) 등이 모두 그랬다. 이승엽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양의지의 체력 문제를 언급하며 1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휴식일을 부여했다. 정수빈에 대해서도 체력 문제를 이유로 부담을 덜기 위해 16일 2번 타자로 미룬다고 설명했다.
체력 탓을 하긴 어렵지만, 그라운드 위 플레이에서 디테일도 떨어졌다. 16일 5회 말 추격의 1타점 2루타를 쳤던 허경민은 2루 주자로 있던 조수행 타석 때 제때 귀루하지 못하고 태그 아웃을 당했다. 타자 조수행이 기습 번트를 노리다 허무하게 공을 흘려보냈고 이를 예상 못한 허경민이 발이 꼬여 넘어진 탓이었다.
디테일 부족은 앞서 15일 LG전에서도 나왔다. 이때는 수비였다. 4회 2사 만루 위기에서 선발 투수 김동주가 문성주에게 중견수 뜬공성 타구를 유도했지만, 중견수 정수빈이 이를 쫓아가 잡지 못했다. 3타점 2루타가 됐고, 경기는 그대로 LG의 흐름이 됐다. 리그 최고 수비수 정수빈이었기에 아쉬움이었지만, 반대로 정수빈이었기에 잡을 수 있는 타구기도 했다.
실력만으로 졌다면 덜 아쉬웠겠지만, 불운도 두산을 울게 했다. 두산은 16일 경기 7회 초 2사 1·2루 위기 때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3루 방면 내야 안타로 한 점을 내줬다. 강한 땅볼 타구가 불규칙 바운드로 3루수 허경민의 관자놀이를 직격했다. 한 점을 준 데다 핵심 전력인 허경민의 부상 우려까지 더해지게 됐다. 그리고 그 한 점 차로 두산은 결국 패했다.
두산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 5위로 나서는 게 확정됐다. 원정 경기만 치러야 하고, 시리즈 2전 전승을 해야만 준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다.
두산은 16일 경기를 마친 후 팬들 앞에 서서 '더 높은 곳을 향해'라는 문구를 팬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그 높은 곳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WC 상황을 이겨내야 가능하다. 그건 결국 디테일과 집중력에 달려 있다. 5위로 그치게 된 아쉬움을 극복해야, 진짜 '미러클'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