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가 최근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김정호(25)와 ‘계약 해지’ 수순을 밟는다. 올 시즌 음주운전으로 인한 세 번째 사례다. 최근 계약이 해지된 선수들의 근황을 살펴보면 김정호는 프로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17일 구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강원은 김정호와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이르면 이번 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계약이 올해까지인 데다 남은 경기 수도 5경기밖에 없지만, 음주운전에 따른 '불명예 방출'이라는 의미가 있다. 계약 해지가 확정되면 앞서 FC안양 조나탄(코스타리카) 수원FC 라스(네덜란드)에 이어 올해 음주운전으로 방출된 세 번째 선수가 된다.
앞서 김정호는 지난 10일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다음 날 오전 강릉 클럽하우스로 향하다 접촉 사고를 냈고,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음주 상태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 구단은 프로축구연맹에 이 사실을 알린 뒤 입장문을 통해 팬들에게 사과했다.
연맹은 우선 김정호에게 60일 활동 정지 조처를 내렸다.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리그 가치를 훼손하는 비위 행위를 저질렀을 때 상벌위원회 전 임시로 내리는 징계다. 정식 징계는 연맹 상벌위를 통해 결정되는데, 계약 해지가 먼저 이뤄지면 상벌위는 열리지 않는다. 앞서 조나탄은 계약 해지가 먼저 이뤄져 징계는 받지 않았고, 라스는 1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4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연맹 징계와 별개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선수와 동행 여부를 결정하는 건 구단의 몫이다. 앞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징계만 끝나면 동행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선수를 안고 가기보다는 계약을 끝내는 분위기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을 고려할 때 구단 입장에서도 동행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만 하더라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선수들은 계속 커리어를 이어갔다. 최근 아시안게임 명단에 포함됐다가 논란이 됐던 이상민(성남FC)은 충남아산 시절 음주운전·은폐로 징계를 받은 뒤 충남아산에서 계속 뛰었다. 당시 음주운전 이후 접촉 사고까지 냈던 박인혁(당진시민)도 이듬해까지 대전하나시티즌 소속이었다.
다만 2021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부천FC는 문광석, 충남아산은 이재건과 각각 계약을 해지했다. 이듬해 전북 현대 쿠니모토(일본)를 시작으로 올해 조나탄, 라스 등도 모두 같은 결말로 이어졌다. 그나마 2021년 차오연(천안시티)이 징계 이후에도 FC서울과 동행을 이어갔는데, 대리운전을 이용한 뒤 주차만 직접 하다 적발된 사실이 참작됐다. 차오연은 연맹 징계 역시 앞선 선수들보다 수위가 낮았다.
강원과 계약 해지가 유력한 김정호 역시 프로 선수로서 커리어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최근 분위기상 K리그 타 구단 이적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계약이 해지된 국내 선수들은 세미프로리그를 전전하고 있거나, 이제는 근황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건 기존 팬들의 반응과 선수의 음주운전 재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 음주운전을 하면 프로 생활까지 끝날 수 있다는 경고로 모든 선수들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