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자전적 판타지를 담은 작품이다. 그가 은퇴를 번복하고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어머니가 일하던 병원에 화재가 발생하고 그길로 어머니를 잃게 된 마히토. 이듬해 아버지를 따라 어머니의 고향인 시골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푸른 깃털의 왜가리는 “어머니가 살아있다”며 마히토를 자극하고 왜가리를 따라 이세계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최소한의 티징 콘텐츠도 없고, 개봉 전 기자시사회도 진행하지 않았지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40%가 넘는 예매율을 기록하며 지브리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베일을 벗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한국 관객에겐 불편한 요소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배경부터 일본이 제국주의로 치달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켰던 1930년대다. 마히토의 아버지는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공장의 대표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다.
여기에 아버지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처제 나츠코와 함께 사는 것 역시 국내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이는 마히토가 나츠코를 구하는 데 있어 감동을 만들기 위해 심어둔 장치 같으나 오히려 국내 관객이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징, 은유가 많고 설명은 부족하다.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는 요소 때문인지 해석도 각각이다.
한편으론 정해진 마감 기한 없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원하는 예술 세계를 자유롭게 펼친 듯한 작화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지브리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물과 불을 활용한 장면, 인물들의 리얼한 먹방 장면 등이 이번에도 특유의 그림체와 만나 그리움을 자아낸다. 등장하는 순간 귀엽다는 말이 절로 나올법한 와라와라 무리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영화 중간중간에 깔리는 지브리스러운 음악은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주제가인 요네즈 켄지의 ‘지구본’이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데 노래가 좋아 끝까지 자리를 지킬 만하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머리는 어느 순간부터 이해를 거부하지만, 눈과 귀는 즐거울 법 하다. 지난 25일 개봉. 전체관람가. 12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