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은 지난 28일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 올 시즌까지 20년 동안 132승 119패를 기록 후 마침표를 찍었다.
장원준은 두산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하는 시발점이었다. 2015년 FA(자유계약선수)로 두산에 이적한 그는 첫 해 12승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한 후 포스트시즌(PS)에서 더스틴 니퍼트와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그해 3위였던 두산이 역전 우승을 이룬 데에는 두 투수의 공헌도가 절대적이었다.
장원준은 2016년 15승 6패 평균자책점 3.32, 2017년 14승 9패 평균자책점 3.14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장원준이 활약한 3년 동안 두산은 3차례 KS에 올랐고, 2회 우승을 거뒀다.
그는 2018년 3승 7패 평균자책점 9.92로 부진했다. 이후 4년 동안 단 1승도 이루지 못했다. 130승에 1승을 남겨두고 부진과 부상으로 제자리걸음만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 종료 후 은퇴설이 나왔다.
하지만 장원준은 이승엽 두산 신임 감독과 면담 끝에 1년 더 뛰기로 결심했다. 당시 이 감독은 "129승한 선수가 은퇴할 생각이 없는데, 팀이 그만두라고 하면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한다. 안 되면 불명예스럽게 은퇴해야 한다"며 "'후회 없이 한 번 뛰어보자'고 이야기했다. 내년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후배들과 경쟁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기적 같은 부활은 없었다. 그러나 아쉽지 않은 마침표를 찍었다. 장원준은 올 시즌 11경기만 등판해 3승 5패 평균자책점 5.27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건강과 구위 문제로 소화하지 못하던 선발 등판에 성공했다. 팔 각도를 낮추고, 포심 패스트볼 대신 투심 패스트볼을 늘려 범타를 늘린 게 통했다. 올해 3승을 더해 4년 만에 130승 고지에 올랐다. 선발 공백이 생길 때마다 올라 소금 같은 활약으로 두산이 5위를 하는 데 힘을 보탰다. 미련이 남을 정도로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성적표였다.
장원준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를 그만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 이렇게 결심했다"며 "개인적으로 세웠던 마지막 목표들을 이뤘기 때문에 후련한 마음이다. 다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팀에는 유능한 후배들이 많으니 성실하게 훈련해 팀 도약을 이끌어 주길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장원준의 말처럼 두산 마운드에는 30대 베테랑이 많지 않다. 김강률과 홍건희는 FA 권리를 획득해 내년 거취를 알 수 없다. 아직 20대인 최원준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합계 30승을 거뒀지만, 그도 올해 3승 10패 평균자책점 4.93으로 부진했다. 프랜차이즈 출신 정재훈 투수 코치도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다.
장원준의 은퇴는 두산의 세대교체 키워드로 수렴한다. 두산에서는 올 시즌 곽빈이 국가대표 투수로 성장했고 최승용과 김동주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새 얼굴이 전무한 야수진에 비해 나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아직 '이승엽 호'의 색깔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정말로 새로운 두산이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