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이 중요한 순간에 집중력을 보여줬다."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까지 승리를 이끈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의 총평이다. NC는 3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정규시즌 2위 KT 위즈전에서 9-5 완승을 거뒀다. KT 에이스이자 2023 정규시즌 12승 무패로 승률왕(100%)에 오른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7점을 뽑아냈다. 상대 야수들의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있었지만,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쿠에바스를 잘 공략했다. 투수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을 비웃었다.
이날 NC 타선은 쿠에바스의 바깥쪽 공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좌·우타자 가리지 않았다. 선취점부터 그랬다. 무사 1루에서 나선 2번 타자 박민우는 쿠에바스의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밀어 쳐 좌중간 2루타를 치며 2·3루를 만들었다. NC는 제이슨 마틴의 희생플라이로 1-0으로 앞서갔다.
2회 선두 타자로 나선 NC 7번 타자 오영수도 그랬다. 좌타자인 그는 쿠에바스가 풀카운트에서 구사한 바깥쪽 높은 코스 직구를 밀어 쳐 정타를 만들어내며 담장을 넘겼다. 승부의 추가 기운 3회도 마찬가지. NC는 상대 3루수 황재균의 포구 실책과 박건우의 좌전 안타로 3-0으로 앞서갔고, 이어진 상황에서 마틴이 땅볼로 물러났지만, 주자를 3루에 두고 나선 권희동이 다시 한번 쿠에바스의 투심 패스트볼(투심)을 툭 갖대 맞혀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우타자의 밀어치는 타구에 쿠에바스의 주 무기 투심이 통하지 않았다.
승부의 추가 기운 4회도 마찬가지였다. NC는 선두 타자 김형준이 볼넷, 후속 김주원의 희생번트를 처리하던 쿠에바스의 송구 실책으로 1·2루를 만든 뒤 손아섭의 적시타로 다시 1점을 달아났다. 손아섭은 두 차례나 번트를 시도할 만큼 희생번트로 추가 득점 기회를 열어보려고 했지만, 쿠에바스가 폭투를 범하며 주자가 진루하자, 결국 강공 승부로 나섰고, 그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앞선 3회 권희동의 안타처럼 긴 체공 시간으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간결하면서도 팀 배팅에 집중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권희동도 자신의 타격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주자 2명을 두고 나선 4회 3번째 타석에서 상대 바뀐 투수 이상동과 11구 승부를 했고, 직구를 밀어 쳐 우중간에 타구를 보냈다. KT 중견수 배정대가 쫓다가 놓치며 주자일소 3루타를 만들었다. 이 장면도 밀어치는 타격이 돋보였다.
NC는 현역 통산 타율 1~3위 박건우·손아섭·박민우를 보유한 팀이다. 한국 야구 대표 '타격 기계'들이 연달아 포진된 타선이다. 이 점을 고려해도 이날 타격은 뛰어났다. 쿠에바스는 올 시즌 12승 무패, 승률 100%로 1위에 오른 투수다. 무엇보다 큰 경기에 강했다. 단순히 쿠에바스의 컨디션 난조로 NC 타선의 경이로운 팀 배팅 능력이 가려질 순 없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