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오른 창원 LG는 올 시즌 우승을 위해 대형 자유계약선수(FA) 양홍석(26·195㎝)을 영입했다. 계약기간 5년, 보수 총액(연봉) 7억5000만원의 과감한 투자였다.
LG의 조상현 감독은 빠른 농구를 추구한다. 장신 슈터 양홍석은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빠르게 달려서 득점을 몰아치는 ‘LG 농구’에 딱 맞는 선수로 낙점됐다. 과감한 투자는 곧 기대가 크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양홍석 영입 효과가 무색하게 2023~24시즌 개막 직후 LG는 3연패에 빠졌다. 3연패하는 동안 양홍석은 평균 7.3득점의 기대 이하 성적을 냈다. 2연패 후 치른 원주 DB전에서는 조상현 LG 감독이 양홍석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악재가 있었다. 양홍석은 지난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후 종아리 부상 여파로 개막직전 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차출 기간 동안 대표팀에 있었기 때문에 새 팀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조상현 LG 감독의 엄격한 ‘수비 강조’ 분위기도 양홍석이 빨리 적응하지 못한 원인이 된 듯하다.
조상현 감독은 양홍석에 대해 “우리 팀은 수비를 등한시하면 안된다. 나쁜 습관을 고치고 더 배워야 한다”며 “잔소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조상현 감독 부임 후 팀의 주득점원이자 자유분방한 언행으로 유명한 이관희 역시 조상현 감독의 이런 ‘수비 잔소리’에 톡톡히 시달렸다.
양홍석의 득점이 살아나면서 LG도 반등에 성공했다. 양홍석은 3연패 뒤 대구 한국가스공사전 15점, 서울 삼성전 12점으로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삼성전에서는 팀의 전체적인 스피드가 살아나면서 양홍석도 득점에 한껏 자신감이 붙은 모습을 보여줬다. LG는 3연패 뒤 2연승으로 기세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G의 가드 이재도(32)는 양홍석의 LG 적응기에 대해 솔직한 설명을 해줬다.
그는 “홍석이가 이제 팀내 최고액연봉자가 됐으니 알아서 잘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더라. 플레이하는데 정신 못 차리더라”고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면서도 “생각해보니 홍석이는 아직 20대다. 선배들이 챙겨주고 대화와 공감을 해줘야 하는 나이다. 나 역시 FA로 연봉을 많이 받고 이적했을 때 처음엔 힘들었다는 것도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도는 “양홍석의 기량이 좋다는 걸 아니까 적응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힘든 부분이 있다면 본인이 이겨내야 하는 문제”라고 조언했다.
양홍석의 룸메이트 저스틴 구탕은 “양홍석의 최고 장점은 득점력이다. 빠르고 득점을 잘하는 게 나와 닮았다. 우리 둘 다 수비에도 잘 적응해 갈 것”이라며 동료를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