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자 늪을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올 하반기 반도체 반등론에 힘이 실린다. 업계의 예측이 적중하면서 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라는 날개를 달고 예상보다 빨리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적자 폭을 줄이며 실적 개선의 희망을 봤다.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67조4000억원, 2조4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21%, 77.57% 줄었다고 밝혔다.
역성장을 이어갔지만 주력 먹거리인 DS(반도체) 부문의 변화가 고무적이다.
주요 IT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서버용 D램 등 재고가 쌓였던 지난 1~2분기 4조원대를 형성한 영업손실 규모가 3분기 3조75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일반 서버 수요는 여전히 약세를 보였지만, PC와 모바일의 사양이 높아지고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AI 특화 제품을 찾는 손길이 늘었다.
HBM(고대역폭메모리)·DDR5·LPDDR5x 등 고부가 제품이 선전하고 일부 판가가 상승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가운데 HBM은 PC용 D램과 달리 데이터가 오가는 도로의 너비인 대역폭을 크게 넓히고 용량을 키워 AI의 연산 능력을 극대화하는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업황 저점에 대한 인식이 퍼지며 부품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고객사의 구매 문의가 다수 접수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생성형 AI 확산과 더불어 HB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HBM2E(3세대)에 이어 HBM3(4세대) 및 HBM3E(5세대) 신제품 사업을 활발히 확대하고 있다"며 "내년 HBM 공급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물량을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으로, 이미 해당 물량에 대해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과 영업손실은 9조662억원, 1조7920억원으로 집계됐다. HBM3와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주력 제품들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전 분기 대비 영업손실이 38%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무엇보다 올해 1분기 적자로 돌아섰던 D램이 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별로 D램은 AI 등 고성능 서버용 제품 인기에 힘입어 2분기 대비 출하량이 약 20% 증가했고, ASP(평균판매가격)는 약 10%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