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모래바람이 거세다. 최근 축구 투자에 수천억을 들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실상 확정됐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1일(한국시간) SNS(소셜미디어)에 2026년, 2030년 개최지를 거론한 뒤 “2034년 월드컵은 사우디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알렸다. 개최가 확정되면, 사우디는 한국·일본, 카타르에 이어 월드컵을 유치하는 네 번째 아시아 국가가 된다.
인판티노 회장은 “건설적인 대화와 광범위한 협의를 거쳐 6개 대륙 연맹이 모두 참여하는 FIFA 평의회를 통해 (3개 대회의) 유치국이 결정됐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이어 “축구는 여느 스포츠와 달리 전 세계를 하나로 묶고, 월드컵은 통합과 포용의 메시지를 위한 완벽한 무대다. 어떻게 다른 문화들이 함께 할 수 있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지에 관한 중요한 예시를 제공한다”며 “점점 더 분열되고 공격적인 세상 속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축구는 하나로 뭉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단결의 계기가 필요하고 다가오는 FIFA 월드컵은 이러한 점에서 독특한 힘을 제공한다”고 했다.
월드컵 개최 경험이 없는 사우디는 막대한 부를 앞세워 개최 열망을 드러냈다. 애초 이집트, 그리스와 함께 2030년 월드컵 공동 유치를 노렸지만, 경쟁에서 밀리며 지난 6월 발을 뺐다.
곧장 다음 월드컵으로 눈을 돌렸다. 2026년 월드컵은 북중미, 2030년 대회는 아프리카·유럽(모로코·스페인·포르투갈 공동 개최) 열리며 남미에서도 일부 경기가 치러진다. 지역 안배에 따라 2034년 대회 개최지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로 좁혀졌고, 호주와 사우디의 2파전 양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호주축구협회는 “우리는 월드컵 개최를 위한 입찰 기회를 모색했지만, 모든 요소를 고려해 2034년 대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철수했다. FIFA가 제시한 2034년 월드컵 개최 의향서 제출이 31일에 마감됐는데, 사우디가 단독 후보로 남으면서 승자가 됐다.
사우디는 월드컵 개최를 위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월드컵 개최 신청을 위해서는 4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구장 14개가 필요하고, 최소 4개는 기존 구장이어야 한다.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개최를 앞둔 사우디는 이미 경기장을 4개 이상 확보했다. 다만 2022 카타르 월드컵처럼 더위를 피해 11~12월에 열릴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추춘제로 치러지는 각국 리그 일정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우려 점이다.
사우디는 최근 오일 머니를 앞세워 축구계 지각 변동 일으키고 있다. 올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를 시작으로 카림 벤제마, 은골로 캉테(이상 알 이티하드) 네이마르(알 힐랄) 등 대형 스타들을 대거 품었다. 지금보다 리그가 활성화되고 월드컵까지 열린다면, 사우디가 새로운 축구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