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리그도 중요하지만, 대한축구협회(FA)컵도 중요하다. 무조건 우승하고 싶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측면 공격수 김인성이 그라운드 위에서 주인공이 됐다. 최근 리그에서 벌어진 ‘교체 실수’로 언급된 것이 아니라, 팀의 FA컵 결승행을 이끈 주역으로 나섰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23 하나원큐 FA컵 준결승에서 120분 동안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이날 포항은 전반 막바지 제주의 날카로운 역습을 막지 못해 선제골을 허용했다. 공격 흐름도 다소 정체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였다.
포항이 흔들릴 때, 김인성이 나섰다. 그는 전반 초반 문전 앞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첫 번째 슈팅은 골문 위로 벗어났다. 후반은 달랐다. 후반 15분 코너킥 공격에서 제카가 공을 지켜낸 뒤 페널티 박스 바깥에 걸쳐 있는 김인성에게 건넸다. 김인성은 지체없이 오른발 발리 슈팅을 시도했는데, 공은 골문 왼쪽 구석으로 향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제주 골키퍼 김동준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궤적의 슈팅이었다. 김인성은 이후 연장전에 교체될 때까지 가벼운 움직임으로 제주 수비진을 괴롭혔다. 특유의 돌파력은 그라운드 위에서 가장 돋보였다. 포항은 120분 내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으나,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이기며 FA컵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김인성은 “전반전 찬스 때 ‘눌러서 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공이 떠 버렸다. 후반에는 더 눌러서 차려고 했는데 정말 기분 좋은 득점이 나왔다”라고 웃었다.
한편 김인성은 최근 이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달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 전북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 포항은 전반 초반 교체 카드를 꺼내 김인성을 빼고 신광훈을 투입하겠다고 ‘선수교체표’를 제출했다. 그런데 당시 충돌로 인한 부상으로 김용환이 라인 밖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심판진은 김용환이 나가는 것으로 인지해 ‘김용환 OUT, 신광훈 IN’을 지시했다.
김용환이 밖에서 치료를 받은 터라 그라운드 위 11 대 11이라는 숫자는 변함없었으나, 공식적으로 ‘김인성 OUT, 신광훈 IN’이 이뤄지지 않아 포항의 선수가 더 많이 투입된 상황이 벌어졌다. 4분 뒤에야 심판진이 이상함을 인지하고 김인성을 내보냈다. 해당 경기는 1-1로 비겼다. 논란이 된 건 그 후다. 전북은 종료 뒤 경기 규정을 내세우며 포항의 몰수패와 김인성, 신광훈에 대한 사후 징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해당 시점에서 ‘김인성과 신광훈이 무자격 선수가 아니었느냐’를 두고 사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 전 김기동 감독은 해당 사건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 감독은 경기 직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 사례도 있고, 국내 사례도 있고, 일단 좋은 쪽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편 김인성은 “전북전 풀타임 소화를 하지 못하고, 결과도 가져오지 못해 아쉬웠다”면서도 “이미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그냥 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을 아꼈다. 대신 그는 “리그도 중요하지만, 올 시즌 우리가 자력으로 (우승) 할 수 있는 대회는 FA컵이지 않느냐”면서 “준비를 많이 했다. 120분을 모두 소화한 건 아니지만, 전북전에서 덜 뛰고 체력 안배해서 오늘 좋은 경기력으로 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취재진이 ‘감독님이 지난 전북전과 관련해 얘기해준 것이 없는지’라고 묻자, 김인성은 “오늘 경기 때 몸이 더 좋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뛰어보니 확실히 그랬다”라고 웃었다. 김인성 입장에선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한편 포항은 제주를 꺾고 10년 만에 FA컵 결승전으로 향한다. 무대는 오는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다. 대진이 확정되자, 김기동 감독은 “올해 전북에 진 적이 없다. 홈(2승)에서도, 어웨이(1승 1무)에서도 그렇다. 전북 선수단이 뛰어나지만, 우리도 자신감을 가지고 뛰길 바란다”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김인성 역시 “결승전은 단판이지만, 무조건 우승하고 싶다”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취재진이 ‘올 시즌 전북에 강한 이유가 있는지’라고 묻자, 김인성은 “일단 전북은 감독님이 자주 바뀌지 않았나. 그때마다 다 (우리가) 이긴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마냥 쉬운 상대는 절대 아니다”며 경계했다.
포항은 10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려 한다. 당시 포항은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준결승전에서 제주를 꺾고 결승 무대로 향했다. 이어 전북과 만나 승부차기 끝에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구단 최초의 ‘더블(리그+FA컵 우승)’을 이룬 바 있다. 김인성은 “라커룸에서 관련 얘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우리 홈에서 우승한다면 새로운 역사가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10년 전 해당 기억을 가진 선수가 아직 포항 선수단에 있는 것도 관전 요소다. 그는 “신광훈 형이 말씀을 해주셨다. 10년 전의 좋은 기운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웃었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