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 고우석(25·LG 트윈스)의 허리가 또 말썽이다. 한국시리즈(KS)를 앞둔 LG에 비상이 걸렸다.
고우석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대비 상무야구단(국군체육부대)과의 평가전에서 허리를 부여잡았다. 1사 후 통증을 느껴 투구를 중단했고 트레이너 체크 후 곧바로 교체됐다. 구단이 밝힌 고우석의 교체 사유는 '허리 근육통'이다.
민감한 부위다. 고우석은 이미 지난 5월 1일 허리 문제로 부상자명단에 오른 경험이 있다. 4월 30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3분의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4실점 부진했는데 강판 순간 포수를 향해 "아프다"고 말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우려를 낳았다. 이튿날 허리 근육통 주사를 맞은 뒤 회복 기간을 고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당시 염경엽 LG 감독은 "(마운드에 돌아오기까지) 빠르면 2주겠지만 안전하게 하려면 3주 이상은 봐야 한다"며 "타자는 (복귀가) 빠른데 투수는 아니다. 근육통이 와도 옆으로 돌리는 건 괜찮은데 (투수처럼) 앞으로 쓰는 건 (통증이) 오래간다"고 우려했다. 실제 고우석이 1군에 복귀한 건 약 한 달 뒤인 6월 4일이었다.
프로야구 수석 트레이너 출신인 허재혁 코치는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허리는 한 번 다치면 오래갈 수 있다. 신경 차단술 주사를 맞고 사흘 정도 뒤에 복귀하는 선수도 있지만 고우석처럼 반복적으로 허리 통증이 발생한다는 건 만성 요통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 코치는 "허리는 주사 치료를 하거나 강한 진통제를 먹거나 하면 하루 만에 통증이 회복될 수 있다. 다만 디스크를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라면 (실전 투구가 가능한) 복귀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LG는 오는 7일부터 KS 일정을 시작한다. 고우석에게 주어진 회복 시간은 길어야 닷새 정도. 몸 상태를 얼마나 빠르게 추스르냐가 관건이다. 일단 2일 오전 진행한 병원 검진에선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고우석은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개막 전 출전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연습경기 중 목 부분(어깨) 통증을 느껴 대회에 결장했다. 소속팀에 복귀한 뒤 오른 어깨 회전근개 근육 중 하나인 극상근 염증이 발견돼 개막전 엔트리 등록이 불발됐다. 4월 18일 1군에 '지각 등록'됐지만 5월 초 허리 문제로 이탈했다. 재활 치료와 복귀를 반복하니 컨디션 유지가 어려웠다. 그 결과 전반기(20경기 평균자책점 2.79)보다 후반기(24경기 평균자책점 4.38) 성적이 크게 악화했다. 데뷔 첫 구원왕에 오른 지난해 기록(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과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KS에서 정규시즌 부진을 만회할 거로 기대됐지만 허리 통증이 재발하면서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LG는 이번 KS에서 케이시 켈리-최원태-임찬규-김윤식으로 이어지는 4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할 계획이다.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가 부상 문제로 팀을 떠나 켈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국내 투수들의 활약이 중요해졌다. 정규시즌 막판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인 스윙맨 이정용은 KS 기간 불펜에서 대기할 계획이다. 그만큼 염경엽 감독은 불펜의 뎁스(선수층)를 강화했다. 고우석의 허리가 완전하지 않다면 불펜 운영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