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 (포항=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 김기동 감독이 우승을 확정 짓고 주먹을 쥐고 환호하고 있다. 2023.11.4 psik@yna.co.kr/2023-11-04 17:34:27/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포항 선수들이 김기동 감독을 헹가래 치는 모습. 사진=KFA 김기동(51)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4년 7개월 만에 고대하던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K리그 ‘명장’으로 평가받는 김 감독에게는 뜻깊은 성과였다.
김기동 감독이 지휘하는 포항은 지난 4일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전북 현대를 4-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은 10년 만에 FA컵 정상에 오르며 창단 50주년을 자축했다. 통산 다섯 차례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포항은 전북, 수원 삼성과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감독 커리어 첫 우승컵을 거머쥔 김기동 감독에게도 이번 우승은 의미가 크다. 2019년 4월 포항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그동안 번뜩이는 전술과 전략으로 호평받았지만, 정작 우승 트로피가 없었다. 물론 포항의 선수단 규모와 투자 정도를 고려하면, 우승을 꿈꾸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 멀어 보였던 우승을 이루면서 ‘기동 매직’이 더 빛나게 됐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단, 경기 운영 능력이 단연 돋보이는 지도자다. 늘 새 시즌에 돌입할 때면 핵심 선수가 이적해 골머리를 앓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의 결과를 냈다. 김 감독의 축구를 두고 ‘기동 매직’이라고 칭하는 배경이다. 김기동 감독이 지도자상을 받았다. 사진=KFA 우승컵 들어 올리는 포항스틸러스 (포항=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스틸러스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2023.11.4 psik@yna.co.kr/2023-11-04 17:46:23/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올 시즌도 그랬다. 지난 시즌 중원의 핵심이었던 신진호(인천 유나이티드) 득점을 책임졌던 허용준(베갈타 센다이) 임상협(FC서울)이 팀을 떠났지만, 급히 새 얼굴을 수혈해 조직력을 다졌다. 도리어 올 시즌에는 K리그1 3경기를 남겨두고 2위, FA컵 제패라는 지난해보다 더 뚜렷한 성과를 냈다.
눈부신 자취를 남길 수 있던 데에는 빼어난 경기 운영 능력이 뒤따랐다. 김기동 감독은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교체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가견이 있다. 실제 올 시즌 유독 그의 ‘용병술’이 적중해 결과를 바꾼 경기가 많았다. 전북과 FA컵 결승전도 그랬다. 포항은 전반 내내 전북의 거센 압박에 흔들렸고, 김 감독은 좌우 풀백의 위치를 바꿔 응급처치했다. 후반에는 홍윤상을 투입해 분위기를 가져왔다. 홍윤상은 팀이 3-2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강력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쐐기를 박았다. 김 감독을 포효하게 한 골이었다.
2013년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기동 감독은 포항 코치직을 거쳐 2019년 4월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았다. 김 감독이 이끈 포항은 2021시즌을 제외하고 파이널A(K리그1 상위 6개 팀)에 안착했다. 리그에서 다소 부진했던 지난 2021년마저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우승 헹가래 (포항=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포항 선수들이 김기동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23.11.4 psik@yna.co.kr/2023-11-04 17:12:01/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1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포항. 사진=KFA 김기동 감독의 포항은 ‘투자=성적’이라는 근래의 스포츠계 공식을 깨고 있다. 2022년 기준 포항 선수단의 연봉 순위는 12개 팀 가운데 11위. 그간 경쟁 팀보다 얇은 스쿼드의 선수단을 운영하며 성과를 낸다는 점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올해는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
김기동 감독은 전술·전략·선수단 관리 등 여러 방면에서 특출한 국내 대표 ‘육각형 지도자’로 꼽혀 왔다. 조금은 아쉬웠던 그의 경력에 ‘우승’까지 채우면서 ‘명장’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