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우승을 위해 영입했던 LG 트윈스 최원태(26)가 1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최원태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KS 2차전에 선발 등판, 3분의 1이닝 2피안타 2사사구 4실점했다. 0-2로 뒤진 1회 초 1사 2,3루 위기에서 이정용과 교체됐다. 이정용은 배정대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 최원태의 실점이 4점까지 늘었다.
대처할 틈도 없이 무너졌다. 최원태는 등판하자 마자 1회 초 선두타자 김상수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황재균의 중전 안타로 무사 1·2루. 3번 앤서니 알포드마저 볼넷으로 걸어나가 베이스가 꽉 찼다.
무사 만루는 결국 실점이 됐다. 박병호는 3루 땅볼로 잡았으나 장성우에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실점 위기는 이어졌고, LG 벤치는 더 이상 최원태의 부진을 지켜볼 수 없었다. 투구 수 20개에 3분의 1이닝. LG는 결국 마운드를 이정용으로 교체했다. 이정용은 배정대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추가로 허용, 최원태의 실점은 4점으로 늘었다. 최원태의 부진에도 LG는 승리했다. 남은 8과 3분의 2이닝을 투수 7명을 동원해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LG로서는 최원태의 부진을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다. 최원태는 우승을 위해 LG가 승부수를 던졌던 투수다. 트레이드 대가로 1라운드 출신 유망주 이주형, 2라운드 투수 김동규, 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순위 지명권을 키움 히어로즈에 내주고 최원태를 영입했다. 영입 후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가 넉넉히 10승 이상으로 올 시즌을 마감할 거라 했지만, LG 이적 후 치명적 부진에 시달렸다. 결국 최종 승수도 9승에 그쳤다.
그래도 LG는 최원태를 믿고 2선발로 선택했다. 대안도 없었다. 아담 플럿코가 부상 문제로 팀을 떠났다. 케이시 켈리, 임찬규, 최원태 세 명은 구위와 성적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도 최소한 선발로 안정적 경기 운영을 바랬지만,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됐다.
경기 후 승장 인터뷰에서 취재진과 만난 염경엽 감독은 "원태가 오늘 5이닝 이상 던져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초반 너무 빨리 무너졌다. 초반 제구가 너무 안 돼 빨리 바꿨다"고 했다.
일단 당장 남은 시리즈가 문제다. 제한적 엔트리를 기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원태를 놀려두기도 쉽지 않지만, 2선발로 계속 쓴다면 다시 선발 투수로 내야 한다. 그렇다면 6차전이 유력하나 자칫 부진을 반복할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일단 판단을 보류하기로 했다. 염경엽 감독은 "전력분석 및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해야겠지만, 원태가 빨리 빠져서 4차전 선발 투수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늘었다. (김)윤식이로 갈지 다시 원태로 갈지, 원태를 아예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고 갈지 전체적으로 고민해 봐야겠다. 이정용이 선발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철저히 변수를 차단하고 싶어하는 염경엽 감독의 이전 성향을 떠올리면, 최원태가 중책을 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장 정규시즌 활약했던 어린 불펜 투수들을 1차전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용하지 않았던 그다.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로 승부수를 던졌던 LG로서는 승리 뒤에 씁쓸함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