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일찍 2023년을 준비한 롯데 자이언츠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지금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만족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 그는 내년 김태형 신임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자 한다.
박세웅은 올해 대표팀과 소식팀을 바쁘게 옮겨 다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멤버로 뽑힌 그는 이동시간 등을 고려해 2월 초 소속팀 롯데의 괌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상동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위험부담이 뒤따른 결단이었지만, WBC 2경기(일본, 체코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선택을 입증했다. 이어 맏형으로 참가한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는 숙명의 한일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박세웅은 AG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을 해결했다. 만일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거나,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면 올해 말 현역 입대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군 문제를 해결해 편한 마음으로 야구할 수 있겠다'고 하더라. 결코 그러지 않다. 절대 편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이 군 문제를 해결해 지금보다 더 나은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세웅은 올해 정규시즌 27경기에서 9승 7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 3년 연속 두 자릿수 달성에 실패했다. 전반기에 침체했다가 시즌 막판 5연승을 달리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감했다. 항저우 AG 대표팀 소집 전날(9월 22일 SSG 랜더스전 6이닝 2실점 ) 승리를 챙겼고, 금메달 획득 후 소속팀에 복귀하자마자 10월 1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박세웅은 2023시즌 평균자책점 10걸(국내 투수 5위)에 이름을 올렸고, 4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웠다. 두 차례나 대표팀에 선발됐으나, 국제대회 후유증은 없었다. 다만 2017년 이후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 성적에 대한 아쉬움과 책임감을 안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김태형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해 새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김 감독은 "현재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박세웅은 롯데의 에이스라 말할 수 있다. 에이스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웅은 "감독님의 (이런 평가에) 보답해야 한다. 신뢰를 쌓아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10월 구단과 5년 총 90억원의 비(非)FA(자유계약선수) 다년계약을 맺은 그는 4년 더 롯데의 '안경 에이스'로 남는다.
박세웅은 "올가을에는 예년보다 (컨디션) 회복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많이 던진 선수는 (마무리 훈련 없이) 스프링캠프 때까지 몸을 만들라고 배려해 주셨다. 믿음을 주신 만큼 잘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며 "감독님이 새로 오셨으니 더 책임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