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 11일 홈구장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4-15로 대패했다. 1차전 승리 뒤 3연패를 당하며 우승을 내줄 위기에 놓였다.
4차전에서 승기가 LG로 넘어간 건 5회 초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팀이 0-2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선발 투수 엄상백이 선두 타자 문성주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바로 김재윤(33)을 투입했다. 김재윤은 정규시즌 32세이브를 기록한 KT의 마무리 투수다.
이강철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끝났다. 김재윤은 후속 신민재에게 희생번트를 내준 뒤 홍창기에게 적시타까지 맞았다. 이어 상대한 박해민·김현수는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지만, 6회 초 1사 1루에서 문보경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맞고 결국 강판됐다. 이후 KT는 등판한 불펜 투수 4명이 10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뒤 김재윤을 조기 투입한 이유에 대해 "경기(4차전)를 그냥 내줄 수 없었다. 김재윤이 편한 상황에서 자신감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김재윤은 전날(10일) 열린 3차전에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KT가 7-5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랐지만, 2사 1·2루 위기를 자초한 뒤 오지환에게 역전 스리런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강철 감독은 4차전 5회 초 수비를 첫 승부처로 보고 마무리 투수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면서도 김재윤이 8·9회 박빙 상황보다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투구를 하길 바랐다. 남은 시리즈에서 김재윤이 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3차전 패전 빌미를 준 투수가 하루 만에 멘털을 다잡기 어렵다. 또 상대 타자들은 김재윤을 상대로 자신감이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너무 멀리 봤고, 너무 많은 걸 바란 것 같다.
이강철 감독의 김재윤 활용법은 KS 내내 의문을 줬다. 1차전에선 3-2로 앞선 9회 말 수비에서 김재윤 대신 셋업맨 박영현을 투입했다. 박영현은 임무를 완수하며 리드를 지켜냈다. 경기 뒤 이강철 감독은 이 선택에 대해 "연장 승부를 대비했고, 박영현이 이미 불펜에서 몸을 풀었기 때문에 (9회 말에) 투입한 것"이라고 했다. 김재윤 입장에선 자신의 임무를 후배에게 내준 셈이다.
김재윤은 2차전에서도 마무리 투수 임무를 하지 못했다. 박영현이 8회 말 박동원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맞고 KT가 1점 차(스코어 4-5)로 리드를 빼앗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문성주·신민재)를 상대했다.
보통 지고 있는 상황에선 마무리 투수를 투입하지 않는다. 김재윤은 5일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등판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KS 1·2차전 마무리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 중 한 명이었던 김재윤은 3차전 KS에서서 비로소 세이브 상황에 나섰다. 4차전엔 정규시즌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던 5회 투입됐다.
믿을 수 있는 투수 두세 명으로 시리즈 전체를 치르기도 하는 게 단기전 불펜 운영이다. 마무리 투수를 대중없이 활용한 이번 KS에서의 KT 불펜 운영은 '변칙 기용'보단 '무리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