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우리는 위기 때 잘하더라고요.”(KT 박경수) “지금 우리 기세가 KT보다 훨씬 좋아요.”(LG 오지환)
시계를 돌려 지난 10월 열린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KT는 1패만 더 하면 탈락하는 벼랑 끝에서 승리로 숨을 골랐다. 선발 고영표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배정대와 문상철의 홈런 두 방으로 팀을 벼랑 끝에서 구출했다.
경기 후 만난 주장 박경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말했다. “신기하게도 우리 팀은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더 잘 뭉친다. 그럴 때 꼭 치고 올라왔다.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박경수의 말대로 KT는 PO에서 2패 뒤 3연승이라는 마법을 부렸고, 극적으로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다.
KS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1차전 승리 후 내리 3연패 한 KT는 이제 1패만 더 하면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치는 위기에 몰렸다. 남은 경기에서 무조건 3연승을 거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kt위즈와 NC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5차전 경기가 5일 오후 경기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3대 2로 승리, 플레이오프 2패 후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kt위즈 선수들이 경기 후 자축하고 있다. 수원=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11.05/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LG트윈스와 kt위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가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말 2사 홍창기 아웃으로 경기가 3대 2로 끝나자 kt선수들이 환호하며 그라운드로 나오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11.07/
하지만 KT 선수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벼랑 끝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도 2패 뒤 3연승 했다. 좋은 기운이 또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주장 박경수가 말한 것처럼 위기에서 발현되는 선수들의 마법을 믿었다.
그러나 LG도 그냥 물러서지 않는다. 2차전과 3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기세를 한껏 끌어 올린 LG는 4차전에서 15-4 대승을 거두며 우승 분위기를 완전히 잡았다. 조금이라도 기세를 내주면 끌려가는 것이 단기전이다. 1승만 하면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LG는 이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KT 쪽으로 내줄 생각이 없다.
주장이 나섰다. 오지환은 4차전 승리 후 “5차전에서 끝낼 겁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지금 기세나 타격감,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우리가 KT보다 앞서있다. 5차전 이후는 생각 안 하고, 무조건 다음 경기(5차전)에서 끝낸다”라며 5차전 우승을 자신했다.
kt위즈와 LG 트윈스의 2023 KBO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가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가 5-4 역전승 했다. 경기종료후 선수들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11.08.LG 트윈스와 kt위즈의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경기가 1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LG가 오지환의 9회 역전 3점 홈런으로 8-7 승리했다. 경기종료후 선수들이 승리를 기뻐하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11.10.
오지환의 말대로 모든 지표가 LG의 5차전 승리를 가리키고 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 후 우승한 사례는 17회 중 무려 16차례나 된다. 우승 확률이 94.1%에 달한다. 반면, KT의 우승확률은 5.9%에 불과하다. 다만 PO에서 3연승 마법을 부린 경험이 있기에, KS에서도 역전 드라마를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우승과 마법의 갈림길에서 5차전 승리의 여신은 어느 쪽을 향해 미소지을까. 두 주장의 결연한 각오만큼 치열한 경기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