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주종혁이라는 배우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발전하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해요. 그렇기에 연기를 잘하는 것에 욕심이 나구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권민우 역으로 대중에 각인된 주종혁. 그가 이번에는 ‘만분의 일초’를 통해 새로운 눈빛을 보여주며 0.0001%의 찰나를 겨냥한다.
영화 ‘만분의 일초’는 자신의 형을 죽인 태수와 함께 검도 국가대표 선발 최종라인업에 오른 재우가 그와 검을 겨루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주종혁은 어린 시절 형의 죽음으로 인해 과거에 자신을 가둬버린 재우 역을 맡았다.
“반응을 다 보고 있다”는 주종혁은 “기대 이상으로 칭찬이 많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우에게 공감을 많이 해주더라. 나의 감정선을 따라와 준 게 신기했다. 대사가 많이 없는 영화다 보니 재우를 따라오기 어렵지 않을까 고민했고 여러 가지 트라우마가 있는 부분을 검도에 접목했는데 그런 부분을 잘 받아들여줘 좋았다”고 덧붙였다.
주종혁이 ‘만분의 일초’ 출연을 결정한 원인 중 하나는 아버지였다. 주종혁은 “시나리오를 읽고 아버지가 굉장히 많이 생각났다. 아버지가 태권도장을 하는데 한 번쯤은 (내가) 태권도선수를 연기하길 원했다. 나 역시 스포츠 영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결정적인 이유는 재우의 마음이었고 또 감독님의 열정이었다. 파이팅 넘치는 감독님을 보고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소 지었다.
‘만분의 일초’는 검도를 소재로 하며 많은 대사보다 인물들의 표정, 호흡, 숨소리 등으로 채워진다. 호면을 쓰고 하는 운동인 만큼 얼굴 클로즈업도 많다.
특히 재우의 마음에 끌렸다는 주종혁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수를 만나며 트라우마를 감추고 눌러야 하는 재우가 안쓰러웠다. 한편으로는 누구나 아픔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걸 표출하는 사람이 있고 이겨내려는 사람이 있는데 재우는 담아두고 가는 인물이었다.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주종혁은 “대사가 많이 없다. 재우는 많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발산하지 못해 내면에 가둔다. 그 점이 호면과 접목된다”며 “호면 반쪽을 잘라서 촬영한 적이 있는데 호면의 그림자가 재우의 마음을 가둬둔 것처럼 나왔다. 눈동자의 떨림, 땀방울까지도 잘 보였다”고 이야기했다.
주종혁은 재우가 실제 자신의 성격과 달랐기 때문에 오히려 매료됐다고 밝혔다. 주종혁은 “나는 빠르게 잊어버리는 사람이다. 긍정적으로 살아가려 노력한다. 즐겁게 살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웃었다.
‘만분의 일초’를 통해 검도를 처음 접한 주종혁. 그는 “영화에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검도관에 가서 기본적인 것을 배웠다. 실제로 촬영할 때는 용인대학교 학생들과 합숙하며 지냈다. 기본적인 애티튜드를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치기도 했다. 발을 쿵 치고 스텝을 밟는데 발에 물집이 많이 생기기도 하더라. 나는 초보자라 손에도 물집이 생겼다. 용인대학교 학생들은 발바닥이 굳은살로 빼곡하다. 이게 검도인의 자세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주종혁은 전작인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권민우 역을 맡으며 ‘권모술수’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만분의 일초’는 다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
이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부담보다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나를 알아봐주는 일이 생겼고 그게 ‘만분의 일초’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끝나고 1년이 지났는데 오히려 지금 개봉하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대중이) 권민우보다 재우로 바라봐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본인의 강점을 자평해달라고 하자 주종혁은 “많이 열려있는 것 같다.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고 수용하려 한다. 사실 재우를 연기할 때는 촬영 감독님이나 배우들을 많이 만났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세네 시간은 함께 대본을 봤다”고 밝혔다. 이어 “고집보다는 수용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도 아직 연기의 정답이 뭔지는 모르지만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확인받는 것을 좋아한다는 주종혁은 ‘만분의 일초’를 통해 “‘연기 잘한다’는 평을 듣고 싶다. 그리고 ‘재우라는 인물에 공감이 된다’, ‘주종혁의 새로운 모습이다’라는 말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칭찬받으면 현장에서의 모든 걸 보상받는 기분이 들더라. 예전에는 칭찬을 안 믿고 아직 부족하다며 채찍질했는데 그러다 보니 기쁠 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드백을 받고 즐기는 기분이 좋고 행복해지는 게 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지금은 뿌듯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중에게 주종혁이라는 배우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발전하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그렇기에 연기를 잘하는 것에 욕심이 난다. 내가 하는 연기가 보는 이에게 다채롭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