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대량 득점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공격진이 훨훨 날고 있다. 유럽 빅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이들이 대표팀에서도 뜨거운 발끝을 과시했다.
클린스만호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인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싱가포르를 5-0으로 대파했다.
산뜻한 출발이었다. 무엇보다 지난달 튀니지전(4-0 승)부터 베트남전(6-0 승) 등 3경기 연속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는 게 고무적이다.
상대가 제아무리 약체여도 쉽지 않은 성과다. FIFA 랭킹 155위인 싱가포르는 한국(24위)보다 131계단 아래 있는 만큼,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모두 하프 라인 밑으로 내려서서 한국의 공세를 막은 후 역습을 노렸다.
경기 전 ‘주장’ 손흥민은 “수비를 다 내려서 하면 어느 팀을 상대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몇 수 아래의 상대라도 내려서면 좁은 공간을 비집고 찬스를 만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클린스만호 출범 후 줄곧 전방에서의 세밀하지 못한 플레이가 약점으로 지적됐는데, 싱가포르전을 포함해 최근에는 비교적 개선되는 분위기다.
PSG 이적 후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정상급 득점력을 자랑하는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대표팀에서도 빛났다.
밀집 수비를 깨는 데 최적의 카드로 여겨지는 이강인은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45분, 감각적인 왼발 패스로 조규성(미트윌란)의 득점을 도왔다. 순간적으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조규성이 발만 갖다 댈 수 있도록 정확히 볼을 배달했다. 득점 없이 후반전으로 향했다면 커질 수 있었던 클린스만호의 부담을 더는 득점이었다.
술술 풀렸다. 후반에는 거듭 웅크린 싱가포르 수비진을 깨기 위해 드리블을 시도했던 황희찬의 머리가 빛났다. 황희찬의 득점 역시 이강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이강인이 과감한 드리블로 오른쪽 측면을 허물었고, 그사이 흐른 볼을 조규성이 가로채 크로스로 연결했다. 황희찬은 높이 뛰어올라 헤더로 연결, 골잡이 면모를 뽐냈다.
손흥민도 이에 질세라 특유의 ‘손흥민존’ 골로 클래스를 과시했다. 페널티박스 바깥 오른쪽 지역에서 안쪽으로 툭툭 치다가 왼발로 감아 찬 볼이 싱가포르 골문 반대편 구석에 꽂혔다. 도우미 역할을 맡았던 이강인도 한 골을 추가하며 A매치 3경기 연속골 행진을 이어갔다.
반가운 소식이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21일 적지에서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아울러 클린스만호는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선다. 비교적 한국보다 전력이 약한 팀들이 다수인데, 이 대회에서 클린스만호를 상대로 수비적으로 내려설 가능성이 크다. 공격진이 계속해서 다득점 행진을 이어가면서 밀집 수비 파훼법을 체득하는 건 상당히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