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기력이면 져도 괜찮다."
남자 프로배구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과 외국인 선수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지난 14일 OK금융그룹전 3-0 완승을 거둔 뒤 한목소리로 전한 말이다. 1라운드 내내 경기력 저하에 시달렸던 팀이 모처럼 완벽한 승리를 거두자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전력은 이 경기에서 반등 발판을 만든 것 같다. 18일 열린 리그 2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도 세트 스코어 3-1(25-22, 22-25, 25-14, 30-28)로 완승을 거뒀다. OK금융그룹전에선 올 시즌 첫 셧아웃 승리, 대한항공전에선 첫 2연승을 마크했다.
국내 주포 정지석이 허리 부상으로 빠져 있는 대한항공이지만, 신성 정한용이 그 자리를 메우며 상위권 전력을 유지한 대한항공이다. 한국전력은 결코 만만치 않은 대한항공에 완승을 거뒀다.
OK금융그룹전에서 나란히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삼각편대 타이스·서재덕·임성진은 이날 대한항공전에서도 펄펄 날았다. 타이스가 29득점, 임성진과 서재덕이 각각 15점과 11점을 기록했다. 베테랑 미들블로커(센터) 신영석은 블로킹 6개를 포함해 총 13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측면 공격을 맡은 타이스·서재덕·임성진은 모두 50%가 넘는 공격 성공률을 보여줬다. 선수 개인 컨디션도 좋았지만, 세터 하승우와의 호흡이 잘 맞았다는 의미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서재덕과 임성진이 살아난 OK금융그룹전 승리 뒤 "하승우의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에 공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한 바 있다. 바로 다음 경기, 그것도 강적 대한항공전에서 발휘됐다.
한국전력은 국내 선수 전력이 7개 구단 중 가장 좋은 팀이다. 올 시즌 초반엔 컨디션 난조뿐 아니라 구단 매각설 등 외풍에 시달리기도 했다. 비로소 제 모습을 찾았고, V리그 남자부 순위 경쟁 판도를 흔들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