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차력쇼. 배우들의 열연이 빛을 발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작품마다 “살벌하게 연기한다”는 평을 듣는 배우 황정민에겐 더할 나위 없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황정민의 30년 넘은 연기 내공이 영화 ‘서울의 봄’에서 폭발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황정민은 군내 사조직 하나회 리더이자 신군부 주축인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을 맡아 수도경비 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은 정우성과 연기대결을 펼친다.
짜임새 있는 각본, 탁월한 완급조절 등이 ‘서울의 봄’ 관전포인트로 꼽히지만, 이 영화에서 황정민의 연기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매 작품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의 신뢰를 얻어온 황정민은 전두광 역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변신을 보여준다.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던 황정민은 지난 2001년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뒤 ‘너는 내 운명’, ‘부당거래’, ‘신세계’ 등으로 정상급 배우로 우뚝 솟았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 ‘베테랑’ 등을 비롯해 ‘히말라야’, ‘검사외전’, ‘곡성’, ‘군함도’ 등으로 ‘믿고 보는 황정민’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황정민이 다수의 작품에서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매 번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너는 내 운명’에서 순박한 시골 청년이었던 황정민은 ‘신세계’에서 껄렁함과 살기가 몸에 밴 조폭 2인자 정청 역으로 사랑받았다. 극 중 대사인 “드루와”는 유행어로 사용되기도 했다. ‘베테랑’에서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잡으려는 열혈 형사 서도철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곡성’에서는 이야기의 핵심 키를 가진 정체불명의 무속인 일광 역으로, ‘공작’에서는 북으로 간 공작원 흑금성 역으로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수리남’에서는 정체를 감춘 한인교회 목사 전요환 역으로 악의 기운을 다층적으로 뿜어냈다.
늘 그래왔듯 황정민은 ‘서울의 봄’에서도 모든 것을 쏟아냈다. 황정민은 기본 네 시간이 걸리는 민머리 분장으로 실존 인물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 것은 물론 주름까지 연기하는 듯한 섬세함으로 권력욕을 가진 전두광 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황정민과 ‘아수라’에 이어 ‘서울의 봄’으로 다시 호흡을 맞춘 김성수 감독은 “단 1초 만에도 자신이 맡은 배역 속으로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영미 영화평론가는 ‘서울의 봄’ 황정민 연기에 대해 “권력에 대한 과욕을 밀어붙이는 전두광 역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며 “황정민의 연기에는 진심이 느껴진다. 황정민이 역할에 몰입할 때 우러나오는 진심이 관객과 만나 사랑받는 것 같다”고 짚었다.
연기와 흥행 모두 입증한 황정민의 또 다른 시도인 ‘서울의 봄’. 파격적인 비주얼과 살벌한 연기력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 황정민의 활약에 기대감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