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KBO리그 화두 중 하나는 자동 스트라이크·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보다 먼저 ABS를 도입한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크다. ABS는 카메라나 레이더 등으로 투수가 던진 공의 궤도와 속도, 각도 등을 측정,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것이다. 사람(주심)이 아닌 AI(인공지능)가 판정을 내리는 만큼 흔히 미트질로 해석되는 포수의 프레이밍이 무력화될 수 있다. 그래서 포수의 포구 능력이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관계자가 적지 않다.
그런 면에서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얘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로봇 심판이 도입되더라도 포수를 바라보는 기준이나 포수 육성 기조 등에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이밍이 필요하지 않게 되더라도 캐칭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내년에 새롭게 도입되는 것은 ABS만이 아니다. 투구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록과 견제구 횟수 제한도 실시된다. 특히, 견제구는 타석당 2회로 제한되며 세 번째 견제구에서 주자를 잡아내지 못하면 보크로 처리돼 주자에게 한 베이스를 '공짜'로 내줘야 한다. 또 견제구 제한은 주자가 도루 타이밍을 잡기 쉬워 도루를 저지하는 포수의 송구 능력이 중요해진다.
캐칭과 송구는 '따로국밥'이 아니다. 송구의 시작이 캐칭이다. 김지훈 전 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 배터리 코치는 "캐칭은 포수의 출발점"이라며 "공을 잘 잡아야 송구로 이어지는 연계 동작을 재빠르고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수가 좋은 송구를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첫 번째는 공을 정확하게 던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빠른 풋워크다, 마지막 세 번째는 공을 세게 던질 수 있는 강한 어깨다. 어깨 강도는 타고난 요소이지만 송구 정확성과 빠른 풋워크는 후천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그리고 정확성과 풋워크는 공을 잘 잡는 캐칭에서 시작한다.
김지훈 전 코치는 "미트 볼집으로 공을 잡아야 한 번에 '쓱'하고 쉽게 뺄 수 있다. 다른 곳으로 잡으면 공을 뺄 때 뻑뻑해 미세하지만, 시간이 더 걸리고, 정확하게 공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구는 풋워크로 시작해 포구 후 공을 빼서 송구 동작에 들어가는 손과 발이 협업하므로 그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재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하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전 김태형 감독은 "투구 궤도대로 공을 잡아주는 게 가장 좋은 캐칭"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대개 우리나라 포수는 투구한 공을 미트로 잡아내 버티는 힘이 부족해 미트가 움직인다고 한다. 김 감독은 "바깥쪽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잡기는 쉽다"면서 "그것을 버티려면 팔 힘이 강해야 하는데 그런 포수는 드물다"고 밝혔다.
투구를 정확하게 포구하는 것이 중요한 데는 이유가 있다. 윤학길 전 롯데 2군 감독은 "투수에 따른 능력 차이는 있다"면서 "투수는 포수가 잡은 위치를 보고 투구 궤적 등을 수정한다"고 말했다. 즉,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한 공이 바깥쪽으로 빗나가 볼이 됐다면 릴리스 포인트나 팔 스윙 등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ABS의 도입으로 포수의 프레이밍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캐칭의 중요성은 변함없다. 오히려 투수가 던진 공을 잘 잡는다는 '캐칭의 기본'으로 돌아가게 됐다.
야구 칼럼니스트
야구 전문 칼럼니스트로 네이버에서 아마야구 등을 다루는 '야반도주'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기무라 고이치 기자가 네이버에 연재한 '야큐리포트'를 번역했으며, 김성근·김인식 감독 등과 함께 쓴 '감독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가이드북', '프로야구 크로니클', '킬로미터', '포수 교본' 등 다수의 야구 서적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