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33·한화 이글스)은 지난겨울 친정팀 LG 트윈스를 떠나 대전으로 향했다.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히던 그를 한화가 6년 총액 90억원에 영입했다. 25홈런이 커리어하이인 채은성에게 지나치게 큰돈을 줬다며 '오버페이'란 말도 나왔다.
기대와 우려를 안고 시작한 올 시즌 채은성은 타율 0.263 21홈런 84타점, 출루율(0.351)과 장타율(0.428)을 합친 OPS는 0.779를 기록했다. 홈런 가뭄이던 올 시즌 공동 3위를 기록, 홈런왕 노시환(31개)과 함께 팀 타선을 이끌었다.
개인 성적만 놓고 보면 아주 뛰어나진 않다. 그러나 한화에 필요했던 리더 역할은 확실히 해냈다. 특히 지난해 집중 견제를 당하고 부진에 빠졌던 4번 타자 노시환이 채은성의 도움을 받으며 31홈런 101타점으로 2관왕에 올랐다. 두 타자가 타선을 이끈 덕분에 한화도 최근 3시즌 연속 10위에서 벗어나 9위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채은성은 만족보다 아쉬움이 컸다고 돌아봤다. 지난 18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김태균 야구 캠프'에서 본지와 만난 채은성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이적해 보낸 시즌이었다. 좋았던 부분도 있지만, 아쉬웠던 점이 더 많았다"라고 떠올렸다.
특히 팀 성적을 더 끌어올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채은성은 "팀 순위가 올랐다고는 해도 하위권에 머물러 아쉽다. 내가 힘을 더 보탰어야 했는데, 그렇게 많이 해내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칭찬받는 리더 역할에 대해서도 "특별히 노력했던 건 아니다. 새 팀에 갔다고 이전에 하지 않았던 걸 한 게 아니다. 늘 준비한 대로, 하던 대로 했다. 많은 후배가 보는 만큼 모범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채은성은 지난 2009년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했다. 2013년 LG의 11년 만의 가을야구도 지켜봤으나 14년 동안 몸담은 팀에서 끝내 우승은 보지 못했다. 채은성과 같은 때 LG를 떠난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이형종(키움 히어로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세 사람이 떠난 LG는 올해 29년 만에 감격스러운 우승을 맛봤다.
채은성에게 아쉬움이나 질투는 없었다. 그에게 친정팀 우승에 관해 묻자 "내가 있었을 때 했으면 물론 좋았겠지만, 그런 걸 바란 건 아니니 괜찮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오지환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채은성과 같은 해 1차 지명으로 입단, 2014년 이후 함께 팀 타선을 지켜온 LG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특히 이번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316 3홈런 8타점 활약으로 우승의 주역이 됐다.
채은성은 "(오)지환이는 나와 함께 입단했던 동기였고, 올 시즌 LG 주장이기도 했다. MVP까지 받는 모습을 바라보며 좀 뿌듯하더라. 나도 축하를 많이 전했다. LG 선수들도 내게 많이 전화해 줬다. 나나, 강남이, (이)형종이가 다 같이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해주더라"고 전했다.
축하와 함께 감동이 있다고 했다. 그는 "LG는 내가 워낙 오래 있었던 팀이고, 입단했던 곳이다. LG 선수들에게 축하도 많이 건넸는데, 나 역시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