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버스는 잡을 수 없다. 다만 한화 이글스로서는 저렴하게 데려올 수 있는 최고의 카드가 눈 앞에서 날아간 건 사실이다.
한화는 지난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4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투수 이상규(전 LG 트윈스) 3라운드에서 사이드암스로 투수 배민서(전 NC 다이노스)를 뽑았다. 이어 4라운드에서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전 SSG 랜더스)을 선택해 판을 흔들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 2차 드래프트에서 이상규처럼 빠른 공 투수를 뽑기란 쉽지 않다. 이상규는 올해 8경기 평균자책점 2.35를 기록했다. 2군에서도 27경기 2승 1패 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75를 남겼다. 충분히 한화에서 1군 필승조로 써볼 수 있는 카드다. 강재민이 이탈해 1군 기용 사이드암스로 자원이 부족했던 상황에 배민서 선택도 나쁘지 않다.
김강민은 픽 이상의 의미가 크다. 한화는 올해 외야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3.54(스탯티즈 기준)로 9위에 그쳤다. 지난해도 3.41로 최하위였다. 김강민이 올 시즌 타율 0.226으로 부진했으나 자리가 없지 않다.
특히 수비에서 아직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스탯티즈 기준 평균 대비 수비 승리기여도(WAA)에서 김강민은 0.228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 15위고, 한화 외야수 중 그보다 높은 건 이진영(0.841)과 이원석(0.344) 뿐이다. 이진영은 우익수고, 이원석은 아직 1군 출전이 보장되지 않은 자원이다. 김강민 정도의 수비력이라면 자리가 충분하다. 어린 선수들에게 살아 있는 롤 모델이 되어줄 수도 있다. 김강민이 한화로 오지 않고 은퇴할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 온다면 한화로서는 큰 힘이다.
지명 3개가 모두 나쁘지 않아도 내심 아쉬움은 남을 법 하다. 2순위였던 한화에 앞서 1순위 키움 히어로즈가 최주환을 지명했다. 최주환은 올해 타율 0.235 20홈런으로 리그 홈런 6위에 오른 장타자다. 2018년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26홈런을 기록해 본 파워 히터다. 한화로서는 빈 자리인 1루수 소화가 가능하다. 이번 FA 타자 최대어인 양석환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타자다. 잔여 계약이 1년 6억 5000만원이라 부담도 적다. 키움이 그를 1순위로 지명한 건 당연했다.
한화 순번에 내려왔으면 한화에도 적절한 선수였다. 한화는 지난해 채은성에 이어 올해도 안치홍을 영입해 타선 보강에 집중하고 있다. 노시환을 제외하면 좀처럼 자체 육성 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안치홍은 중심 타자도 가능하지만, 중장거리 타자라 테이블 세터나 6번으로 기용되는 게 더 어울린다. 최주환과 같은 장타자가 한 명 더 있었다면 2번 타자부터 6번 타자까지 탄탄한 타선을 구축해볼 수 있었다.
물론 야구에 만약은 없다. 2차 드래프트는 끝났고 한화는 나름대로 최선의 지명을 마쳤다. 다만 장타자 수급은 계속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아직 손혁 단장의 시간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