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는 2023 정규시즌 후반기, 젊은 선수 육성에 매진했다. 팀 순위가 9위까지 떨어진 7월 말, 3선발이었던 최원태를 LG 트윈스에 내주고 유망주 외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헌을 영입하며 '세대교체' 의지를 드러냈다. 8월부터는 전반기 주축 선수로 뛰었던 베테랑 포수 이지영과 내야수 이원석을 퓨처스리그로 내렸다.
에이스 안우진도 지난 9월, 통상적으로 1년 이상 재활 치료가 필요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키움의 리빌딩 작업은 2024시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런 키움이 지난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SSG 랜더스 보호 선수 명단(35명)에서 빠진 최주환(35)에게 행사했다. 그는 2023 정규시즌 20홈런을 기록한 내야 장타자지만 이미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키움이 후반기 보여준 운영 방침과는 맞지 않았다.
2021시즌 앞두고 SSG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기간 4년·총액 42억원)을 했던 최주환은 2024시즌 연봉 6억 5000만원을 받는다.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선수의 보상금은 4억원. 키움은 총 10억 5000만원을 검증된 타자 최주환에게 투자해 공격력을 보강한 것이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우리 팀(키움)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최주환을 지명한 건 행운"이라면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이끌어줘야 팀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라고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낮아진 2023시즌 후반기엔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많이 주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유도했지만, 다음 시즌도 리빌딩만 추구하진 않겠다는 의지였다. 2023시즌 팀 주장을 맡았던 이용규, 지난 6월 팀 역대 최초로 다년 계약(기간 2+1년·총액 10억원)을 한 이원석 등 다른 베테랑들도 잘 활용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키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금메달 획득을 이끌며 병역 특례를 받은 김혜성이 2024시즌도 주전 2루수를 맡는다. 트레이드로 입단해 잠재력을 드러낸 이주형은 이미 '이정후의 후계자'로 기대받고 있다.
원래 키움은 예상 전력보다 좋은 성적은 냈던 팀이기도 하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며 이탈하지만, 우려보다 전력 저하가 크지 않다.
키움팬들은 그동안 투자에 인색한 팀 운영에 실망감을 느꼈다. 지난 7월 최원태를 트레이드 카드로 썼을 때도 "시즌을 포기했느냐"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키움은 올 시즌 팀 홈런(61개) 최하위(10위)에 그쳤다. 두 자릿수 홈런을 친 타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통 큰 투자로 최주환을 영입했다. 신·구 조화를 통해 윈-나우(Win-now)를 추구하는 행보를 보인 키움의 스토브리그에 팬들도 다시 기대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