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이강인의 마요르카 경기 관전만이 화제가 된 건 아니었다. 이날 이강인은 경기를 관전하면서 마요르카의 경기 상황에 따라 다양한 리액션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특히 마요르카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장면에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머리를 감싸기도 했다. 이강인의 리액션 영상을 전한 DAZN 에스파냐는 “이강인은 이날 다른 팬들과 마찬가지로 주홍색(마요르카의 상징색)의 심장을 가진 팬이었다. 이강인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 전 소속팀을 응원하기 위해 마요르카까지 이동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경기는 강등권 추락 위기에 몰린 마요르카 입장에선 중요한 경기였다. 이 경기를 이겨야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패배하면 강등권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강인도 시간을 내 마요르카로 향했다. 이강인은 지난 29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82분을 소화했고, 이어 내달 3일 오후 9시 르아브르와의 프랑스 리그1 14라운드를 준비해야 하지만, 뉴캐슬전을 마친 뒤 곧바로 마요르카로 날아가 친정팀을 응원했다.
영상뿐만 아니라 현지 언론도 이강인의 마요르카 방문 소식을 보도했다. 디아리오 데 마요르카는 “이날 손 모이스의 관중석에는 특별한 손님이 있었다. 이강인은 옛 동료들의 중요한 경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무리키 옆에 앉아서 마요르카가 놓친 기회를 아쉬워하거나 압돈 프라츠의 골을 축하하기도 했다”며 “지난 시즌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체제에서 최고의 선수이자 팀 잔류의 주역이었던 이강인은 PSG로 이적한 뒤에도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받으며 많은 출전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뛰어난 활약으로 유럽 축구에서 자신의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홈 경기장을 직접 찾을 정도로 이강인에게 마요르카는 의미가 큰 구단이다. 자신의 재능을 본격적으로 꽃 피우기 시작한 팀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21년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로 이적하며 새 도전을 택했다. 유스팀부터 성장해 프로까지 데뷔했던 발렌시아에서 꾸준하게 출전 시간을 받지 못하자 계약을 해지한 뒤 마요르카로 이적했다.
마요르카 이적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적 첫 시즌 리그 30경기(선발 15경기)에 출전하며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하더니, 두 번째 시즌엔 무려 36경기(선발 33경기)에 나서 6골·6도움을 쌓았다. 프로 데뷔 최다 출전, 최다 공격 포인트 등 이강인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자, 시즌 내내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마요르카에서 보여준 활약과 재능은 이강인을 세계적인 빅클럽 PSG 이적으로 이어졌다.
마요르카 입장에서도 이강인의 존재감이 컸다. 지난 시즌 강등권 후보로 꼽혔던 마요르카는 이강인의 맹활약을 앞세워 지난 시즌 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강인의 PSG 이적 과정에서 2200만 유로(약 312억원)의 이적료 수익도 얻었다. 구단 역대 최고 2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김명석 기자 clear@edaily.co.kr